한국실험미술사에서 중요한 퍼포먼스(행위)가 1968년 5월 30일 서울 세시봉 음악 감상실에서 열렸다.
한국청년작가 연립회의 일원이었던 강국진, 정강자, 정찬승은 기성 아카데미즘 미술을 비판하기 위해 퍼포먼스 ‘투명풍선과 누드’를 선보였다. 1949년 제1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서 김흥수의 누드화가 풍기 문란으로 철거된 일을 풍자했다.
관람객과 함께 만드는 퍼포먼스였다. 관람객들은 회원들과 함께 60cm 크기의 투명 풍선을 불었다. 정강자의 반나체를 오브제로 삼아 풍선을 붙였고, 이어 온몸에 뒤덮인 풍선을 터트렸다.
지난 7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막을 내린 ‘한국실험미술 1960~70년대’전에는 ‘투명풍선과 누드’가 전시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투명풍선과 누드’에 대해, 관람자가 작품 속의 중요한 요소로 등장했다는 점과 당시 보수적이었던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직접 프로젝트 구성의 일원이 됐고 중심 역할을 했다는 점을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정강자의 신체는 투명풍선에 은밀하게 비치는 성적 육체가 아니라, 정직하게 드러나는 신체이자 실존하는 여성의 몸으로 거듭났다”며 “당시 ‘기이하고 미친 짓’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기존의 보수적인 미의식을 비판하며 새로운 인식의 전환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투명풍선과 누드’는 여성이 주체로 등장하는 한국 최초의 페미니즘 프로젝트이자 한국 최초의 누드 퍼포먼스로 남게 됐다.
국내 1세대 행위예술가로서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1960~70년대 한국 실험미술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고(故) 정강자(1942~2017)는 한국 현대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대표적인 여성 아방가르드 작가다.
정강자가 개척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은 험난했다. 1970년 8월 서울 소공동 국립공보관에서 연 정강자의 첫 개인전 ‘무체전’은 사회 비판 요소가 있다는 이유로 사흘 만에 강제 철거됐다. 하지만 커다란 고난도 그의 예술에 대한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해외에서 장기 체류를 택한 그는 1980년대 초 귀국한 이후 40여 년간 수많은 회화 작품을 남겼다.
2000년대 이후 정강자에 대한 연구와 재평가의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국내외 미술계에서 그의 작품세계를 재조명하는 시도가 다각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개막한 전시 ‘나를 다시 부른 것은 원시였다’도 이런 시도 중 하나다. 2018년 아라리오갤러리 서울과 천안에서 동시 개최한 회고전 이후 5년 만에 열리는 개인전이다. 1995년부터 2010년까지 그린 회화 40여점을 전시했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지하 1층과 1층 공간은 정강자의 1990년대 작품세계를 조명한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작가는 중남미, 아프리카, 서남아시아, 남태평양 등 다양한 세계를 여행하며 이국적인 풍경과 인물들을 화폭에 담았다.
그의 작품을 보면 관람객도 낯선 곳에 여행을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된다. 정강자가 캔버스에 담아낸 특별한 색은 살아 숨 쉬는 원시의 자연을 걷고 있는 느낌을 전달한다.
1990년대 후반에 그린 ‘무제’와 2000년 작품 ‘유한한 인생’은 한복 등 전통을 주제로 다뤘다. 정강자는 한복 치마가 “수천 년을 남성우월주의의 지배에서 억압받은 우리 여인들의 깃발”이자 “어머니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이라고 했다. 오래도록 여성의 가슴을 짓눌러 온 치마끈은 하늘을 훨훨 날아다닌다.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한복은 케이(K)-컬처와 함께 주목 받고 있는 전통의 다양한 변화에 관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2000년 작 ‘유한한 인생’에서 보여준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도 놀랍다.
3층과 4층 공간에서는 정강자의 2000년대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스스로의 분신이자 아이콘(icon)이라고 여긴 야누스(Janus)의 형상이 화면에 자주 보인다. 우주 만물의 최소 단위를 상징하는 원에 인위적인 직선을 결합해 만든 반원은 말년의 화폭에 두드러지게 등장하는 요소다. 한계가 없어 보이는 그의 반원은 다양한 형태, 색과 함께 무한히 확장한다.
정강자는 1942년 대구에서 태어났으며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그간 충분한 연구와 조명이 이루어지지 않은 가운데, 국내외 미술계에서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역사를 몸으로 쓰다’(국립현대미술관·2017), ‘아시아 여성미술가들’(전북도립미술관·2017), ‘정강자: 마지막 여행은 달에 가고 싶다’(아라리오갤러리 서울 및 천안·2018), ‘정강자: 꿈이여 환상이여 도전이여’(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2023) 등 주요 미술기관이 정강자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전시를 개최했다.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린 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을 순회 중인 전시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2023~2024)에 작품이 선보여 주목 받기도 했다. 해당 전시는 2024년 로스앤젤레스 해머미술관 순회를 앞두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수원시립미술관, 아라리오뮤지엄 등이 정강자의 작품을 소장 중이다.
한국청년작가 연립회의 일원이었던 강국진, 정강자, 정찬승은 기성 아카데미즘 미술을 비판하기 위해 퍼포먼스 ‘투명풍선과 누드’를 선보였다. 1949년 제1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서 김흥수의 누드화가 풍기 문란으로 철거된 일을 풍자했다.
관람객과 함께 만드는 퍼포먼스였다. 관람객들은 회원들과 함께 60cm 크기의 투명 풍선을 불었다. 정강자의 반나체를 오브제로 삼아 풍선을 붙였고, 이어 온몸에 뒤덮인 풍선을 터트렸다.
지난 7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막을 내린 ‘한국실험미술 1960~70년대’전에는 ‘투명풍선과 누드’가 전시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투명풍선과 누드’에 대해, 관람자가 작품 속의 중요한 요소로 등장했다는 점과 당시 보수적이었던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직접 프로젝트 구성의 일원이 됐고 중심 역할을 했다는 점을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투명풍선과 누드’는 여성이 주체로 등장하는 한국 최초의 페미니즘 프로젝트이자 한국 최초의 누드 퍼포먼스로 남게 됐다.
국내 1세대 행위예술가로서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1960~70년대 한국 실험미술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고(故) 정강자(1942~2017)는 한국 현대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대표적인 여성 아방가르드 작가다.
정강자가 개척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은 험난했다. 1970년 8월 서울 소공동 국립공보관에서 연 정강자의 첫 개인전 ‘무체전’은 사회 비판 요소가 있다는 이유로 사흘 만에 강제 철거됐다. 하지만 커다란 고난도 그의 예술에 대한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해외에서 장기 체류를 택한 그는 1980년대 초 귀국한 이후 40여 년간 수많은 회화 작품을 남겼다.
2000년대 이후 정강자에 대한 연구와 재평가의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국내외 미술계에서 그의 작품세계를 재조명하는 시도가 다각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개막한 전시 ‘나를 다시 부른 것은 원시였다’도 이런 시도 중 하나다. 2018년 아라리오갤러리 서울과 천안에서 동시 개최한 회고전 이후 5년 만에 열리는 개인전이다. 1995년부터 2010년까지 그린 회화 40여점을 전시했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지하 1층과 1층 공간은 정강자의 1990년대 작품세계를 조명한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작가는 중남미, 아프리카, 서남아시아, 남태평양 등 다양한 세계를 여행하며 이국적인 풍경과 인물들을 화폭에 담았다.
그의 작품을 보면 관람객도 낯선 곳에 여행을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된다. 정강자가 캔버스에 담아낸 특별한 색은 살아 숨 쉬는 원시의 자연을 걷고 있는 느낌을 전달한다.
1990년대 후반에 그린 ‘무제’와 2000년 작품 ‘유한한 인생’은 한복 등 전통을 주제로 다뤘다. 정강자는 한복 치마가 “수천 년을 남성우월주의의 지배에서 억압받은 우리 여인들의 깃발”이자 “어머니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이라고 했다. 오래도록 여성의 가슴을 짓눌러 온 치마끈은 하늘을 훨훨 날아다닌다.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한복은 케이(K)-컬처와 함께 주목 받고 있는 전통의 다양한 변화에 관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2000년 작 ‘유한한 인생’에서 보여준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도 놀랍다.
3층과 4층 공간에서는 정강자의 2000년대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스스로의 분신이자 아이콘(icon)이라고 여긴 야누스(Janus)의 형상이 화면에 자주 보인다. 우주 만물의 최소 단위를 상징하는 원에 인위적인 직선을 결합해 만든 반원은 말년의 화폭에 두드러지게 등장하는 요소다. 한계가 없어 보이는 그의 반원은 다양한 형태, 색과 함께 무한히 확장한다.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린 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을 순회 중인 전시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2023~2024)에 작품이 선보여 주목 받기도 했다. 해당 전시는 2024년 로스앤젤레스 해머미술관 순회를 앞두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수원시립미술관, 아라리오뮤지엄 등이 정강자의 작품을 소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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