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꾼, 회사자금의 배임 또는 횡령 범죄자, 사채업자, 기업사냥꾼, 전과자 등은 자신들의 실체를 숨기거나 범죄를 은폐하거나 감독기관의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허수아비(일명 “바지사장”)를 경영진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있다. 경영권 투자가 높은 투자차익을 남긴다는 정보가 퍼지기 시작하면서 온갖 술수들이 난무하는 시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화려한 인맥과 경력을 바탕으로 회사에 침투하여, 회사의 기밀과 대주주의 비리를 수집하거나 회계장부를 조작하여 자금을 빼돌리고, 최종적으로는 경영권을 빼앗는 기업사냥꾼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회사의 알짜 자산을 빼돌리고, 껍데기만 남은 회사를 팔아 넘기고 대상회사를 떠난다. 이들에게 걸리는 대주주는 몰락하고, 대상기업은 파산한다. 매우 우려되는 현상이 주식시장에서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한국의 주식시장에서도 M&A를 가장한 사기술이 고도로 진화하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화려한 인맥과 경력을 바탕으로 회사를 옮겨 다니는 자들은 기업을 파산하게 만드는 기업사냥꾼 또는 기업파괴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기업파괴자나 산업스파이들은 화려한 인맥과 경력을 바탕으로 표적이 되는 대상기업에 침투하는 것이다.
자본주의에서 경제권력을 차지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주식회사의 경영권을 장악하는 것이다. 주식회사의 경영권은 개인적인 부의 축적수단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그만큼 주식회사의 경영권은 자본주의에서 미치는 영향이 크다. 때문에 주식회사의 경영권에 관련된 보호 또는 견제 기능은 항상 뜨거운 논쟁을 불러 일으킨다. 우리나라의 민법 및 상법 제403조 제1항을 비롯한 몇 개의 조항에는 경영권에 대한 견제기능을 두고 있으며, 대표적인 것이 주주의 대표소송제도이다. 주주의 대표소송제도는 회사가 부당하게 손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 자신이 실질적으로 그 손해를 회복하거나 방지하는 조치를 취하지 못하거나 취하기를 거절한 경우에 1명 이상의 소수주주가 회사를 위하여 이사 등의 회사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는 소송이다. 본래 이사 등의 회사에 대한 책임은 회사가 직접 추궁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책임 질 이사와 책임을 추궁할 회사의 이사의 지위가 혼동되거나 혹은 구별이 된다 하더라도 같은 이사 사이의 특수한 인간관계, 정실관계 등으로 인하여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에는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동시에 해치는 경우가 있을 것이므로 주주대표소송제도가 인정되는 것이다. 특히, 대상기업의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내부자가 주가조작, 허위공시, 분식회계, 부실감사, 내부자거래, 신탁재산 불법운용 등의 각종 불법행위로 인하여 소액주주들이 재산적 피해를 보았을 경우 이를 법적으로 구제하기 위한 제도가 집단소송제도이다. 하지만 주주대표소송제도는 경영권 분쟁의 계기가 되는 것은 물론 적대적 M&A의 도구가 되고 있다.
첨단금융기법이 발전하면서 각종의 자금이나 재산이 파생금융상품으로 진화하여 자금흐름의 과정이나 각 단계에서 발생하는 거래로 인하여 경영권 행사의 주체를 확정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파생금융상품에는 채권, 금리, 외환, 주식 등의 금융자산을 기초로 파생된 상품도 있으나 금융상품의 장래 가격변동을 예상해 만든 금융상품의 가격움직임을 상품화한 것으로 선물, 선물환, 옵션, 스왑 등도 있다. 또한 이러한 파생상품을 대상으로 한 선물옵션, 스왑선물, 스왑옵션 등 2차 파생상품들 이외에도 약 1,200종의 파생상품이 있다. 이러한 파생금융상품들이 투기적 목적으로 활용되면서 M&A 또는 기업경영권시장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이 결과로 223년이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영국의 베어링스 은행이 파산하여 1파운드에 네덜란드의 ING그룹에 매각된 사례도 있다. 이러한 사례에서 보듯이 현대 그리고 미래에는 대상기업의 경영권 내지는 기업지배구조를 규정하는 것 자체가 모호해지는 것은 물론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주식회사의 대들보와 기둥은 주주와 해당기업의 경영자이다. 대부분은 주식을 대량으로 소유하고 있는 대주주가 주주총회를 통해 해당기업의 경영자를 임명하지만 주식회사제도가 발전하고, 정부의 민간경제에 대한 참여, 금융감독기관의 개입, 각종의 투자금융기법이 다양화되면서 실질적 경영자의 지위가 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전개되면서 M&A에 대한 전략전술도 다양하게 개발되어 활용되고 있으며, M&A시장에 참여하는 플레이어들의 역할과 권한도 변하고 있다.
첫째로 특정한 자본가들로부터 투자자금을 조달하는 사모펀드들이 특정기업의 지배주주가 되는 상황이 많아지면서 경영권을 사고 파는 행위가 빈번해지고 있으며, 기업의 경영권 또한 투자금융기법의 일환으로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부도위기의 기업을 싼 가격에 사서 전문경영인을 임명하여 경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거나 임직원들을 정리해고 등의 방식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기업의 가치를 높여 다시 파는 작업을 하기도 한다. 이들의 특징은 사모펀드의 운영자가 주주권을 행사하여 경영지배구조를 만들며, 향후 전망에 대한 경영권 구도를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으며, 단기이익에 치중하기 위해 대상기업의 에너지를 특정분야에 집중시킬 수 있다.
셋째로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으로 경영지배권을 정부에서 행사하는 경우이다. 정부의 공적자금은 정부예산에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채권을 발행하여 조달한 자금이 대부분이며, 경영위기와 같은 상황에서 발생한 부실금융기관이나 기업의 구조조정을 위해 투입되는 자금이다. 이러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부실금융기관이나 부실기업의 경영권은 예금보험공사나 자산관리공사와 같은 기관에서 행사한다. 정부의 부실금융회사 또는 부실기업에 대한 개입이 강화되면서 수정자본주의는 국가독점자본주의로까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넷째로 정부나 특정 이해집단에서 재정을 마련하여 운영하는 연기금(Pension Fund)과 같은 공공적 성격 또는 특정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만들어진 자본에 의해 특정기업의 지배주주가 되는 경우이다. 우리나라에는 공공자금관리기금과 같이 정부부처에서 운영하는 자금, 공무원연금기금과 같이 민간부담금으로 조성하거나 기금재원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정부가 출연한 자금, 기술신용보증기금과 같이 특정한 사업분야를 담당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금 등에서도 조성된 자금으로 특정기업의 지배주주가 되어 경영권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다.
투량환주(偸樑換柱)의 전략은 대들보를 훔쳐 내고 기둥을 바꾼다는 뜻으로 적군을 매수해 우리 편으로 만드는 계책으로 36계중 제 25계다. 형식적인 껍데기는 그대로 두고, 기업의 대들보를 받치고 있는 기둥을 몰래 바꾼다는 것이다. 이사회를 구성하는 이사들이 주식회사의 핵심이며, 해당회사의 경영권을 구성하고 있는 기둥이다. 때문에 주식의 소유구조와 관계없이 이사회를 장악하면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주식회사의 경영권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의결권 또는 의결권을 위임받아 주주총회에서 우리측 이사를 선임하게 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사회를 구성하는 이사들 중에 50% 이상을 매수하면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다. 비슷한 것을 진짜처럼 속여 상대를 착각에 빠뜨린 후 경영권을 인수하는 것이 요체다. 계책을 세우고 샐행할 때는 우선 대들보와 기둥, 즉 핵심과 급소를 고려해야 한다. 이 계략은 반드시 상대가 준비가 안된 상황에서 사용해야 한다 일단 상대에게 발각되면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간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전략을 수행하는 것이 더 무섭다. 그래서 겉 모양을 유지한 상태에서 내용물만 바꾸는 것이다.
경영지배권에 대한 권한이 모호해질 경우 사용하는 대표적인 M&A기법이 민영화를 진행하는 공기업을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급하고 인수하기 보다는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에서 민간기업과 합병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합병을 하면 겉으로는 공기업의 지배주주인 정부가 대주주가 되고, 민간기업의 지배주주는 소수주주로 전락하게 된다. 하지만 공기업의 정부는 대주주이기는 해도 능력보다는 낙하산 인사를 임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때 소수주주가 정부에서 임명한 경영자를 매수하여 자기 편으로 만들면 실질적인 경영권은 민간기업에서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이 전략은 필자가 모 재벌기업 총수에게 제안한 전략으로 해당재벌이 우량기업으로 성장한 사례가 있다. ㈜프론티어 M&A 성보경
성보경 필자 주요 이력
△DBL(Drexel Burnham Lambert) 전략무기분야 M&A팀장 △리딩투자증권 M&A본부장 △우리인베스트먼트 회장 △세종대 주임교수 △(사)한국말산업중앙회 부회장, 말산업클러스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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