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주가조작…초록뱀 상폐 몰고 간 오너 리스크
장외 시장에서의 거래는 투자자 보호가 상대적으로 미흡합니다. 개인투자자가 기업에 대한 정보를 얻기도 쉽지 않습니다.
초록뱀미디어는 상장폐지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의신청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초록뱀미디어 관계자는 "이의신청에서 회사의 안정적 재무구조 기반과 기업의 연속성, 경영 투명성 등 그동안 개선한 성과를 더욱 강력히 피력하겠다"며 "올해를 포함해 지난 몇 년간 큰 폭의 실적 성장세와 더불어 앞으로의 성장 계획도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1998년에 설립된 초록뱀미디어는 올인, 불새, 추노, 나의 아저씨, 펜트하우스, 나의 해방일지 등을 제작한 국내 드라마 제작사입니다.
초록뱀미디어의 올해 3분기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4.5% 증가한 1665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46.1% 증가한 58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실적이 나쁘지 않아 보이는데 무슨 이유로 상장폐지되었을까요?
원영식 전 초록뱀 그룹 회장의 배임 혐의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앞서 원 전 회장이 2021년 9월, 호재성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자녀 소유 법인에 초록뱀미디어 전환사채 콜옵션을 무상으로 부여해 회사에 약 15억원의 손해를 입혔습니다. 또한, 주가 상승으로 24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로 지난 7월 구속기소 됐습니다.
기업 이미지 개선 위해 사명 변경…"오너 '갑질' 예방 장치 필요"
오너 리스크로 발목이 잡힌 상장사는 초록뱀미디어뿐만이 아닙니다. 신라젠, MP그룹, KH그룹 등 여러 상장사도 상장폐지 위기에 직면했었습니다.
문 전 대표가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통해 DB금융투자로부터 350억원을 빌려 신라젠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한 뒤 신라젠에 들어온 돈을 다시 페이퍼컴퍼니에 빌려주는 수법으로 1918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했기 때문입니다. 신라젠은 회사를 엠투엔에 매각하고 경영진을 교체, 지배구조 개선 문제를 가까스로 해결해 지난해에 상장폐지 위기에서 탈출했습니다.
국내 피자 프랜차이즈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그룹도 지난 2018년 상장폐지될 뻔했습니다. 당시 오너였던 정우현 전 회장이 150억원대 횡령·배임을 저지른 혐의로 지난 2017년 7월 구속기소 돼 상장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이 됐기 때문입니다.
정 전 회장은 경비원 폭행을 시작으로 본사의 가맹점에 대한 갑질 논란, 지인 부당지원 불공정행위가 구설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정 전 회장을 비롯해 최대주주 일가가 경영에서 물러나면서 회사는 기사회생하게 됩니다. MP그룹은 이미지 제고를 위해 지난 3월 디에스이엔으로 사명변경을 하기도 했습니다.
상장폐지 위기를 겪는 기업들은 대부분 상호변경을 통해 부정적 이슈를 가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에 사명을 바꾼 코스닥 상장사들만 68곳에 달합니다. 사명을 바꾼 기업 중 실적 악화, 경영권 분쟁, 경영진의 형사 기소 등 악재에 휘말린 기업은 44곳으로 64%를 차지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최대주주 변경과 사명변경이 잦은 상장사의 경우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임현일 한국ESG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의 오너 및 오너 일가의 횡포로 인한 사회적 문제와 논란은 기업의 주가 수익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관찰된다"고 말했습니다.
임 연구위원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오너의 갑질 논란에 대한 사전적 예방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미국의 경우처럼 집단소송의 적용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통해 오너 리스크에 따른 소액주주들의 피해 방지를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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