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에 이어 국내에서 판매되는 현대자동차·기아 전기차도 테슬라의 전기차 충전시설 '슈퍼차저'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조치로 전반적인 전기차 판매 증진에 도움 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테슬라가 우리나라에서 보조금을 보다 많이 받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테슬라는 지난 22일 국내 84개 수퍼차저 스테이션에서 약 570대 V3 버젼 수퍼차저를 우선 개방한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전기차 사용자들에게 쾌적한 충전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테슬라 사명인 '지속가능한 에너지로의 전 세계적 전환 가속화'를 실천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수퍼차저 이용을 위해선 테슬라 앱을 다운 받고 회원 가입 절차를 거쳐야 한다. 충전 요금은 수퍼차저 별로 다르고, 테슬라 앱에서 충전소를 클릭하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테슬라의 이번 조치로 전기차 판매량 증진에 도움이 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최근 국내 전기자동차 시장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올해 1~10월 국내 전기차 판매대수는 13만3000대로, 전년 대비 4.4% 감소했다. 회사별로는 현대차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3%, 기아는 4.8% 줄었다. 무공해차 보급 목표에 차질이 생기자 정부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원을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확대했고, 현대차·기아도 전기차 가격을 최대 400만원 인하하는 등 내수 확대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역부족인 모습이다. 올해 들어 전 세계 주요 전기차 시장 성장률이 둔화되기는 했지만 한국 전기차 시장만 유독 심각한 침체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국가 중에 유일하게 판매량이 감소했다.
비싼 전기차 가격, 정부 보조금 축소 등이 전기차 판매 하락의 원인으로 꼽히지만 무엇보다 부족한 충전 인프라가 전기차 보급 확대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할 수 있다. 2020년 기준 전국 충전기 개수는 6만4188기이고, 개인 및 아파트용을 제외한 공용 충전기는 급속과 완속을 합쳐 총 3만5379기(2021년말 기준)에 불과하다. 충전기 보급이 전기차 확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에 충전기가 있다고 해도 아파트 내 설치된 공용 급속 충전기는 전체의 0.5%에 불과하다. 대부분 완속 충전기라서 배터리를 가득 채우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또한 최근 전기차가 급격히 늘면서 충전 자리 찾기도 쉽지 않다. 이에 충전기 중에서도 특히 급속 충전기 보급의 빠른 확산에 대한 목소리가 꾸준히 있어왔다. 이번 테슬라 수퍼차저 개방으로 이 같은 문제가 다소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업계에선 테슬라의 이번 조치가 궁극적으로 한국 시장 전기차 보급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으로 본다. 테슬라는 고객이 수퍼차저를 직접 경험하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테슬라 차량 구매까지 이어지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테슬라가 우리나라에서 보조금을 보다 많이 지급받기 위함이라는 견해도 있다. 우리 정부가 충전 인프라 구축에 힘을 보탠 제조사에 보조금을 더 많이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3년 이내에 급속 충전기를 100기 이상 설치할 경우 해당 회사 차량에 충전 인프라 보조금 2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들어 전기차 구매가 늘고 있는데 이에 반해 충전 인프라는 부족한 실정"이라며 "지금과 같이 전기차 판매가 늘면 늘수록 전기차 충전을 위한 전기차 소유자 간 치열한 싸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테슬라 수퍼차저 개방으로 인해 고질적인 전기차 충전 인프라 문제가 다소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점유율 1위로, 올해 1~9월 약 89만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기보다 50.8% 증가한 수치다. 시장점유율은 21.9%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중국을 제외한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기차는 약 406만6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41.3% 늘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