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를 끌고 계단을 올라야 하는 일반버스를 타려다 탑승을 거부당했어요. 저상버스를 기다렸는데 배차 간격이 너무 길어 20분을 기다렸습니다."
30대 이모씨는 서울 성북구에서 1년 6개월간 아기를 키웠다. 이씨는 운전면허가 없고 택시를 타기에도 비용 부담이 커 주로 버스를 이용해 왔다. 그런데 아기를 낳은 이후 버스를 이용하기가 불편해졌다. 그는 "일반버스는 탑승하기 어려워 저상버스를 타야 한다"며 "배차 간격이 너무 길어서 20분을 기다린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면 버스 번호 옆에 휠체어 모양이 뜬다"며 "정류장에 나가기 전 저상버스 여부를 조회할 수 있는 방법이 따로 없어 불편함을 겪었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기자가 만난 아기 엄마들은 유모차를 가지고 나올 때 버스를 탑승하기 어려워 애를 먹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을 비롯해 임신부, 장애인 등 교통약자 편의를 위해 바닥이 낮고 출입구에 계단이 없는 저상버스 확대가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지난 9월 저상버스 도입 보조금을 올해보다 줄여 도입데 속도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마포구에서 두 살배기 아기를 키우는 김모씨도 "유모차를 끌고 갈 때는 버스를 탈 생각조차 못한다"며 "저상버스를 타면 아이 무게를 합했을 때 10㎏에 가까운 유모차를 실을 수 있는데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네 살 딸을 키우는 이모씨도 "유모차를 끌고 20분 정도 저상버스를 기다리다가 정 안 오면 전철역으로 가곤 한다"며 "저상버스가 늘면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기가 훨씬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저상버스 도입 확대를 추진 중이다. 서울시 시내버스 중 저상버스 비율은 올해 기준 71.9%다. 2021년 67.3%, 2022년 71.1%에서 소폭 증가했다. 광역버스가 다니는 장거리 구간 등 저상버스 운행이 어려운 노선을 제외하고 저상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서울시는 올해 '제4차 서울시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을 수립해 2025년까지 저상버스 비율을 100%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국토교통부가 내년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 예산 가운데 저상버스 도입 보조금을 올해보다 줄여 사업 추진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4년 국토교통위원회 소관 예산안 예비심사보고서'에 따르면 저상버스 도입보조금 사업 내년 예산은 1674억9500만원으로 올해 예산 1895억1900만원에서 220억2400만원(11.6%) 줄었다. 서울시는 저상버스 도입 시 보조금 9200만원을 지급하는데 국토부 예산이 40%, 서울시 예산이 60%를 차지한다. 저상버스는 일반버스보다 단가가 비싸 교체를 위해선 보조금 지급이 필요하다. 서울시버스운송조합에 따르면 일반버스 가격은 1억~1억1000만원, 저상버스 가격은 2억~2억2000만원이다. 전기 저상버스는 더 비싸 3억3200만원에 달한다. 버스업체들이 비용 부담으로 저상버스 교체를 꺼리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일반버스의 저상버스 교체가 절실한 상황에서 예산 배정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김도경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교통약자인 유모차를 동반한 이들, 어르신, 영유아, 임신부 등이 편리하게 승하차하기 위해 저상버스 확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울시 등 지자체에서 수립하는 계획도 국토부 계획을 기반으로 수립된다"며 "국토부가 예산을 줄이면 지자체 계획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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