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 노후화 방치한 정부의 유지보수 실패가 원인?"...부족한 인력 예산 총체적 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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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정 기자
입력 2023-11-25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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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제 발생된 라우터의 내용연수는 9년 '지난 2016년 도입된 장비'...노후화는 아닌가?

  • 결국 노후화된 장비의 유지보수 실패가 주 원인으로 지목돼...부족한 민간전문가 등 전문인력도 문제

사진행안부
사진=행안부
지난 17일 발생한 행정전산망 마비사태에 대해 25일 '지방행정전산서비스 개편 태스크포스(TF)'는 네트워크(라우터)의 불량으로 원인을 발표했다. 부품 손상이 노후화 때문은 아니지만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시스템 모니터링 및 육안 점검 등을 매일 진행하지만, 미처 예상하지 못한 고장을 사전에 파악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본지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문제가 된 라우터의 내용연수는 9년이다. 이 장비는 2016년에 도입된 것으로 밝혀졌다. 내용연수가 꽉 찬 것은 아니지만 거의 9년에 가까운 시기다. 초기 재부팅 작업으로 장애의 원인이 아닐까 지목되었던 L4라우터의 경우에는 내용연수가 7년 역시 2016년 도입된 장비다. 

장비 노후화 방치한 정부의 유지보수 실패가 원인인가?

서보람 행안부 디지털정부실장은 "라우터 장비는 2016년 도입돼 사용기한이 만료되지 않은 장비로, 노후화가 장비 고장의 원인은 아니다. 물리적인 부품의 손상 원인은 밝혀내기 상당히 어렵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평소 시스템 모니터링 및 육안 점검을 매일 진행한다. 그럼에도 부품에 예상치 못한 고장이 발생하는 것을 미리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냉장고를 예로 들어보자. 냉장고의 사용연한을 보통 십년으로 잡는데 십년이 지나도 잘 돌아가는 냉장고가 있고 6~7년만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냉장고의 고장이 컨프레셔의 문제일수도 문짝의 고무패킹 문제일수도 있다. 노후화된 라우터를 바로 교체한다고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수도,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조사 등과 협의해 이러한 고장을 더 일찍 발견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은 좀 엇갈린다.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이번 브리핑을 살펴보니 장비 노후화를 방치한 행안부의 유지보수 실패가 장애의 원인"이라고 SNS를 통해 견해를 밝혔다.

권헌영 고려대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스위치 OS 작업 이후 라우터 불량이 생긴 원인을 설명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며 "설명대로라면 그 불량이 지속되어 왔을 것이다. 잘 작동되던 라우터 포트가 왜 그 때 작동이 되지 않은 것인지 작업 과정에서 라우터 장비의 모듈, 포트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민간에서도 이런 포트 이상이 발생했을 때 해결에 3일 정도 걸리는지 장애복구 시간이 지나치게 지체되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에 대해 정부측은 "발표가 늦은 것은 원인 확인하는 과정에서 확신을 갖기 위해 여러 가지 테스트를 했기 때문"이라며 "부품 고장이 미치는 파급력의 경우 해당 부품이 시스템에서 어떤 서비스와 관련 있느냐가 중요한데 이번 사태에서는 고장 포트가 전체 서비스에 영향을 미쳤다. 아울러 서비스 영역에 따라서도 (사회적) 파급도가 달라지는데 이번에는 파급도가 컸다"고 말했다.

부족한 예산·실력있는 IT전문가 없어 "총체적 난국"

또한 17일 이후 여러 차례 정부 전산망에 문제가 있었는데 모두 라우터 문제인지에 대해서도 TF는 "각자 다른 원인 때문에 발생했다. 라우터 고장이 다른 서비스의 장애에 영향을 미친 부분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지속적으로 여기저기 정부 시스템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현상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어렵다. 

이에 대해 관련 업계에서는 "과거에 비해 IT인력의 임금이 인상되고 정부의 작업환경은 열악하다"며 "민간전문가를 뽑으려 해도 정부 임금이 고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능력있는 전문가가 오지 못한다. 장비는 노후화되어 있고 예산은 부족하다. 실력있는 IT인력이 정부에 유입되기에는 역시 임금의 벽이 너무 높다"고 정부의 투자가 미흡함을 비판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공공정보화사업의 대가 현실화 및 중소기업 중심의 발주체계 개선에 대해 "여러 가지 법·제도와도 연계돼있고, 규제개혁 차원에서도 봐야 한다"며 "정부가 안을 만든 후 관련 부처와도 충분히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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