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생인데 수능 최저등급 맞추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수능) 결과가 나오는 것을 봐야죠."
26일 오전 11시 40분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에서 1교시 논술고사를 보는 아들을 기다리고 있는 학부모 A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날 중앙대에선 인문계열 학생의 수시 논술 고사가 치러졌다. 이날 논술 고사장엔 서울·경기뿐만 아니라 대구·부산 등 지방에서도 온 학생들이 몰렸다.
A씨의 아들은 대학교를 다니다 자퇴하고 입시를 다시 준비하는 재수생이다. 그는 중앙대 경영학과와 성균관대 경제학과, 경희대 한의예과 논술 전형에 지원했다. A씨는 입시를 다시 도전하는 아들 얘기를 하며 "수능 최저등급 기준을 맞추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올해 수능은 이른바 '불수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역대 최다 'N수생'이 수능을 본 것으로 추정되면서 수능 결과는 더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경기 화성시에서 온 경기외국어고등학교 재학생인 C양은 "수학 관련 문제가 평소보다 어려웠다"고 말했다. B군과 같이 응용통계학과 논술을 본 그는 "가채점은 언제든 변할 수 있으니 결과를 봐야 한다"며 "국어를 쉽게 낸다고 했는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논술 고사가 끝난 오후 4시 30분까지 중앙대 정문 앞에는 학부모들로 가득 찼다. 경기 수원시 장안구에서 온 D씨는 "첫째 때보다 이번 대입이 더 불안하다"며 "'킬러문항'이 배제된다는 방침이 갑자기 발표된 것 때문에 재학생들이 피해를 보게 생긴 것 같다"고 우려했다.
올해 논술 전형 경쟁률이 높다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입시업계에선 '허수' 반수생이 대거 유입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올해 수능에 반수생이 약 9만명이 들어왔다"며 "수능에서 '킬러문항'이 빠진다고 하니 원서 접수가 시작되면서 얼떨결에 반수에 뛰어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종로학원이 이날 발표한 6월 모의평가와 수능을 모두 본 인문계열 수험생 조사 결과를 보면 국어·수학·탐구영역 3개 과목 등급의 합이 6등급 이내가 되는 비율이 14.3%로 나타났다. 지난 6월 모의평가 때 9.6%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4.7%포인트(p) 상승했다. 반수생 중 상위권 학생이 예전보다 줄었다는 얘기다.
임 대표는 "반수생들은 대부분 '내신파'가 아니라 '수능 정시파'"라며 "이 학생들은 수시 원서를 내면 대부분 논술 전형 원서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능 준비가 안 된 반수생들이 수능최저기준도 맞추지 못한 채 논술 고사를 봤을 가능성도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날 중앙대를 비롯해 한국외대·이화여대·광운대·덕성여대·세종대 자연계열·한신대·한양대 자연계열 등에서 논술 고사가 치러졌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내달 8일 오후 5시에 2024학년도 수능 정답을 확정해 발표한다. 성적 통지도 같은 날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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