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2년 만에 실시되는 정기인사를 앞두고 주목받고 있다. 전 경영진에서 발생한 각종 사법 리스크에서 그룹을 떼어내는 작업과 함께 몸집은 줄이면서 탈통신 사업에는 속도를 내야 하는 중차대한 상황에 놓여서다. 업계 예상대로 KT 새 수장인 김영섭 대표가 '칼바람' 수준의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할지도 주목된다.
2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오는 30일 이사회를 열고 2024년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KT는 이날 50여곳에 이르는 자회사 사장단과 사외이사 인사도 확정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 통신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대목은 지난 8월 취임한 김 대표가 어느 정도 수준으로 내부 손질을 할 것인가다. KT가 처한 내·외부 상황을 고려하면, 대대적인 변화를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KT는 지난해 차기 대표이사 후보를 뽑는 일정이 지연되면서 정기인사를 단행하지 못했다. 2년 만에 실시되는 정기인사인 만큼, 수순에 따라 정리해야 할 인사가 예년보다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어느 하나 가볍지 않은 사법 리스크도 조직 개편의 폭을 넓히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KT그룹은 전임 경영진의 정치자금법 위반, 일감 몰아주기·보은성 인수 의혹 등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다. 김 대표가 계열사 등 그룹 임원진에 대한 대대적인 교체에 들어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견해가 나오는 이유다.
임원과 직원의 중간 단계인 '상무보'가 얼마나 줄어들지도 관심사다. KT는 그간 비대한 사업부와 조직·인력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특히 KT에만 존재하는 상무보 임원은 그룹 전체를 합치면 350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신업계가 사활을 걸고 치열하게 벌이는 인공지능(AI)·디지털 전환(DX) 등 미래 먹거리 주도권 싸움에서 김 대표가 어떤 전략을 가져갈지에도 업계 안팎의 시선이 모아진다.
KT는 최근 구현모 전 대표의 주력 사업이던 '디지코' 대신 '디지털 서비스 퍼스트'를 새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디지털 퍼스트는 김 대표가 지난 9월 취임 후 처음 참석한 대외행사에서 강조한 키워드로, 통신업계는 KT가 구 전 대표 지우기에 돌입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는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구체화하고 속도를 내기 위해 조직을 새로 개편하거나, 사람을 대거 바꿀 것으로 예측된다.
KT는 최근 외부에서 AI 컨설팅·클라우드 운영·기업간 거래(B2B) 영업 전문가를 확보하는 데 나섰다. 이번에 관련 인사가 이뤄질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업계 관계자는 "이동통신사 모두 AI 사업 등 탈통신에 주력하고 경쟁이 치열한 만큼 기본적인 골격이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판을 새로 짜야 하는 상황이라 외부 인재를 영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사법 리스크 해소를 위해 법조계 인력도 많이 영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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