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 근무 중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뇌경색이 발생해 약 한 달 만에 사망한 해군 원사가 법원에서 순직을 인정받았다.
26일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박정대 부장판사)는 해군 원사 A씨의 유족이 국방부를 상대로 낸 순직 유족급여 지급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 9월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1995년 해군 하사로 임관해 2013년 10월 원사로 진급했다. 이후 2020년 2월 당직 근무 중 계단을 내려오다가 발을 헛디뎌 목 부위에 큰 충격이 가해지는 사고를 당했다.
그는 목 통증과 손가락 저림을 호소하다 병원으로 옮겨져 경추 수술을 받았지만, 약 한 달 후 사망했다. 사인은 우측 척추동맥박리에 따른 소뇌경색이다.
A씨 유족은 공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국방부에 유족 연금 지급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공무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면서 연금 지급을 거부했다. A씨가 그간 앓아온 추간판탈출증이 악화해 뇌경색이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공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유족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뇌경색은 (A씨가 앓았던) 추간판탈출증이 아니라 사고로 발병한 우측 척추동맥박리에 의한 것"이라며 "이 질병의 원인이 될 만한 다른 사건이나 개인적 요인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A씨가 2019년 9월부터 관사 관리 업무를 담당하며 매달 상당한 초과근무를 한 점도 짚었다. 이에 대해 "사고 당시에도 피로 상태였을 것"이라며 "망인의 사인은 사고에 의해 발병한 것으로 추단된다"고 설명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