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부진과 자금 조달 어려움으로 국내 상장사 중 40개사가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과거 사례를 보면 그대로 상장폐지되는 사례가 많아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 시장에서 거래정지된 15개 종목 가운데 8개, 코스닥 시장 거래정지 종목 61개 중 32개가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유가증권 상장사와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외부 감사의견 시 거절을 받으면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한다.
바이오벤처기업 셀리버리는 지난해 재무제표 감사의견 거절에 이어 올해 상반기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매매거래는 지난 3월 이후 정지된 상태다.
셀리버리는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9위였지만 자본잠식에 접어든 기업이다. 지난해 146억원이었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올해 3분기 4억원대로 줄었다. 10만원대에 머물던 주가도 6000원대다. 소액주주 수만 5만4500여 명에 달한다.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심사 대상에 올랐던 제일바이오의 경우 올해 상반기 재무제표 감사의견 거절을 받으면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됐다. 다만 지난 20일 1년의 개선기간이 부여돼 소액주주들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선 KH그룹 계열사 대부분이 상폐 위기에 몰려있다. IHQ에 이어 KH 건설, KH 필룩스, KH 전자도 잇따라 감사의견 거절을 통보 받았다.
신한회계법인은 회사의 투자 및 자금거래와 관련해 거래의 정당성, 취득금액 및 손상차손 금액의 적정성 등에 대해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검토 절차에 제약이 있었다고 밝혔다.
장원테크는 감사범위제한으로 인한 한정 의견을 받았다. 이들 회사의 소액주주는 약 18만명이 넘는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감사의견 거절은 어느 날 갑자기 한번에 받는 게 아니고, 재무상태가 지속적으로 나빠지던 기업들의 마지막 관문"이라며 "그런 신호들은 재무제표나 보고서 등을 통해서 시장에 공개가 되는 만큼 투자자들은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감사의견 거절 등 '비적정' 감사 의견을 받은 상장 법인 수 자체는 과거 신(新) 외부감사법(신 외감법) 시행 이후 늘었지만 현재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 외감법은 회계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주기적으로 감사법인을 지정하고 자산규모·업종 등에 따라 적정 감사시간을 적용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률로 지난 2018년 말 시행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서 의견 거절 등 '비적정' 감사 의견을 받은 상장 법인은 53개사로 집계됐다.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53개사 중 '한정' 의견은 7곳, '의견거절'은 46곳으로 나타났다.
비적정의견 상장사 수는 2020년 71곳 2021년 68곳, 2022년 53곳으로 매년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간혹 감사의견 적정을 받고 정정 신고하거나 상장폐지 심사에서 개선 기간을 부여 받고 거래가 재개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과거 사례를 볼 때 대부분 상장폐지의 길을 걸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가 1991년 1월 1일부터 이날까지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주식시장에서 상장폐지된 기업(이전상장, 스팩소멸합병 제외)은 총 940곳으로 확인됐다. 감사의견 의견거절이 313건으로 33.29%를 차지했다.
이어 △해산 사유 발생(146건) △기업의 계속성·명성 고려 (111건) △상장 기준 요건 미달(104건) △부도(81건) △상장예비심사 청구서 미제출 (66건) 등으로 집계됐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