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경기 양주 대모산성에 출토된 태봉국 목간(木簡·글을 적은 나뭇조각)에 한반도에서 발견된 목간 중 가장 많은 글자가 적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양주시에 따르면 기호문화재연구원과 태봉국 목간 판독 회의를 열어 목간 한 면에 적힌 '정개 3년 병자 4월 9일’(政開三年丙子四月九日)의 문구에 대한 판독을 확정했다.
목간에는 총 8행에 걸쳐 123자의 글자가 쓰인 것으로 파악됐다.
목간에서 언급된 '정개'(914~918)는 태봉국 궁예의 마지막 연호이며, 정개 3년은 916년을 의미한다는 시는 설명했다.
궁예가 세운 나라인 태봉국과 관련된 이번 목간 출토는 국내에서는 최초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916년은 병자년으로 목간의 기록과도 일치해 연호와 간지가 결합된 절대 연대를 보여주는 유일한 목간으로 그 중요성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발견된 태봉국 목간은 8면으로 구성됐고, 그림이 있는 한 면과 공란 한 면을 제외한 나머지 면에 8행의 글씨가 묵서 돼 있다.
목간은 한반도에서 발견된 목간 가운데 최다면, 최다행(最多行), 최다 문자 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서 단편적으로밖에 확인할 수 없는 태봉국의 모습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새로운 삼국사기의 발견'에 비견될 정도로 한국 고대사 연구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판독 회의에서 총 123자의 글자 중 102글자가 판독됐다.
판독 결과 양주 대모산성 내 '큰 연못'(大井)에서 '대룡'(大龍)에게 제사를 지낸 내용이 주를 이루며, 이 중 새로운 태봉 사람의 존재가 확인됐다.
목간 4면에 '신해세입육무등'(辛亥歲卄六茂登) 의 글귀에서 신해년 태생의 26세 '무등'(茂登)이란 사람이 등장하는데, 신해년은 891년으로 정개 3년(916년) 시점에 26세로 계산돼 목간의 제작 시점과 일치해 그동안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새로운 태봉 사람의 인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목간은 양주시와 기호문화재연구원이 사적 제526호인 양주 대모산성의 13차 학술 발굴조사에서 대모산성 집수시설에 발견했다.
이는 양주 대모산성이 삼국시대에서 후삼국시대에 이르기까지 고대 교통로 상의 중요 위치에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후삼국시대에도 대모산성 일대에 정치세력이 존재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시는 지난 2018년부터 대모산성을 대상으로 발굴조사를 진행해 왔다.
시는 다음 달 6일 발굴 현장 공개회의를 열어 발굴 조사 결과와 태봉국 목간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강수현 양주시장은 "판독 회의에서 밝히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향후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해 그동안 역사학계에서 미지의 세계로 보여진 태봉국의 모습을 순차적으로 밝혀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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