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쉬인(Shein)이 미국에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과 중국이 힘겨루기를 계속하는 가운데 중국 기업들의 미국 증권거래소 상장에 대한 욕구는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왜 중국 기업들은 자국이 아닌 미국으로 향하는 걸까요?
28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BC 등은 쉬인이 비밀리에 미국에서 내년 IPO를 추진하고 있다며 주관사로 골드만 삭스, JP모건, 모건 스탠리를 염두해 이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올해 발간된 미·중 경제·안보 검토 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 상장된 중국기업 수는 252개로 2017년 51개에서 5배가량 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또 다른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핀둬둬, 그리고 인터넷 플랫폼인 바이두, 소후닷컴 등이 있습니다.
쉬인의 미국 IPO 추진은 올 여름부터 나왔습니다. 지난 7월 블룸버그도 "쉬인이 올 초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존 투자자들에게 2024년 IPO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해 쉬인은 아마존을 제치고 글로벌 다운로드 수 누적 1억 7000만을 기록했습니다. 당해 일본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앱으로도 꼽힙니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160억달러(약 21조원)로 전년(100억달러) 대비 60% 증가했습니다. 지난 4월 기업가치 1000억달러(130조원)를 인정받으며 ‘헥토콘기업’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는 쉬인은 지난 5월 약 660억달러(85조원)의 기업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 받았습니다. WSJ는 이 회사가 향후 IPO에서 더 높은 기업가치를 목표치로 잡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올해로 설립 11년째인 쉬인은 할인 쿠폰을 활용해 사용자를 끌어모았는데요. 초저가 전략과 틱톡 유행에 맞춰 하루 6000개씩 상품을 쏟아내면서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제는 틱톡 인플루언서와 협업을 통한 각종 이벤트로 투자자들을 부르고 있습니다. 틱톡에는 쉬인 제품을 얼마에 샀는지 이른바 ‘쉬인하울’ 영상 조회수만 132억회에 달한다고 합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쉬인은 미국 포레버21 지분 인수, 영국 패션 브랜드 미스가이디드를 인수 하는 등 온·오프라인 시장을 지배하며 전자상거래시장에서 빠르게 몸집을 키우며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쉬인은 차량 공유업체 디디추싱 이후 미국에 상장하는 중국 기업으로는 최대 규모의 IPO가 될 전망입니다.
이처럼 중국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내 성장 가속화와 함께 미국에서의 상장 욕구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소 내 중국 기업 담당자는 중국에서 광저우에서 열린 CNBC 컨퍼런스에서 "코로나19로 중국 내 봉쇄조치가 심해졌지만, 중국 기업들은 미국 상장에 대한 강한 관심을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이 자국이 아닌 미국에서 IPO 추진을 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몇 가지 이유 중 하나는 중국 당국의 까다로운 IPO 심사 과정 때문입니다. 중국 금융 당국은 현지 상장 요건으로 상장 심사 직전 3년 연속 순이익 기록을 내걸고 있습니다.
중국 내 정보기술(IT) 기업들이 계속 생겨나고는 있습니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곧바로 순이익을 내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소프트뱅크와 같은 외국 자본이 중국 기업에 엔젤 투자자 자격으로 자본을 투입시키고 싶어하지만, 중국 정부는 외국 자본이 유입되는 것을 꺼려합니다. 아울러 은행 대출도 국영기업에 쏠려 있어 자금 조달도 쉽지 않아 현실적으로 중국 심사 기준에 맞추기가 어렵습니다.
아울러 같은 조건이라는 전제하에 미국에서의 상장 절차 과정이 훨씬 짧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소 내 중국 기업 담당자는 "지금은 여러 조건이 생겨 12개월 정도 걸린다"면서도 "한 때 중국 기업들이 미국에서 IPO를 완료하는 데는 불과 4개월 반 또는 5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차이나 디스카운트’ 때문입니다. 중국 증시는 코로나19 전부터 글로벌 주식시장 대비 저평가돼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게다가 코로나19 이후 리오프닝에 대한 효과는커녕 봉쇄 완화조치에도 바닥을 치고 있어 외국인 투자자 마저 떠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그 외 중국 당국의 개입 등 정치 리스크도 중국 내 상장을 망설이게 만듭니다.
이와 달리 글로벌 시장으로 통하는 나스닥 증시에 입성만 한다면 자금 조달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중국의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나치게 높은 문턱, 전통 산업 기업에만 유리한 상장 조건이 알리바바, 징둥 등 중국의 유수한 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등지게 만들고 있다"며 "이는 중장기적으로 중국 증시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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