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왓챠가 기술탈취 의혹을 제기하며 최근 LG유플러스(LGU+)를 중소벤처기업부에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이유로 LGU+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뒤 이어진 행보다. 향후 양사 갈등이 법적 소송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왓챠는 지난달 31일 LGU+를 상대로 작성한 기술침해 신고서를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에 제출했다. LGU+가 지난해 자사와 인수·합병(M&A) 논의를 진행하다, 돌연 이를 포기하고 핵심 기술만 탈취했다는 주장이다.
앞서 공정위는 왓챠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LGU+를 신고한 건에 대해 '심사 불개시' 결정을 내렸다. 신고 접수한 지 한 달 만이다. 당시 왓챠는 LGU+가 자사의 인공지능(AI) 기반 콘텐츠 추천 기술을 취득해 이를 신규 서비스 기획·제작에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심사 불개시 결정 등 관련 내용이 담긴 공문을 이달 13일 왓챠에 송부했다.
이 공문에 따르면 공정위는 왓챠의 해당 기술이 특허법 등 법에서 보호할 만한 기술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또한 왓챠가 M&A를 위해 제공한 기술을 이용해 LGU+가 유사한 제품을 출시했다는 사실이 없다고 결정 근거를 제시했다.
이날 공정위 담당자는 아주경제 통화에서 "검토 결과 AI 추천 기술을 왓챠만 갖고 있는 고유 기술로 보기 어렵다고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령 고유 기술이라고 하더라도 LGU+가 이를 도용해 제품을 만들었다는 증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왓챠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계획한 건 아니지만, 소송을 포함한 향후 대응 방안을 종합 검토 중이다.
왓챠 관계자는 "통상 피해 기업이 기술탈취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 공정위에 신고한 건데 심사 불개시 결정이 내려져 아쉽다"면서 "추가 증거를 확보하고 논리를 보완해 재신고할 계획이다. 필요시 법적 대응을 위한 검토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LGU+는 지난해 10월 왓챠에 인수를 제안했고, 이후 10개월 동안 논의를 이어갔다. 하지만 왓챠 재무투자자(FI)들 반발과 전환사채(CB) 상환 등 걸림돌로 인해 논의가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왓챠는 LGU+가 5개월간 M&A 명목으로 실사를 진행했고, 이때 핵심 기술 자료를 취득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LGU+ 관계자는 "회사 서비스에 (왓챠 기술을) 적용한 사실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다만 왓챠가 중기부에 자사를 추가 신고한 건과 관련해선 별도 입장을 내진 않았다.
왓챠는 LGU+가 지난해 11월 인터넷TV(IPTV) 서비스 'U+tv'에서 고도화한 콘텐츠 추천 기능에 자사 기술이 그대로 활용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선 AI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은 더 이상 독창성을 인정받을 수 없을 만큼 흔한 기술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특정 업체의 고유 기술로 인정받기 힘들 수 있다는 것. 이미 오픈소스로 공개된 관련 알고리즘이 시중에 많다는 것은 이를 방증한다.
한 AI 업계 관계자는 "추천 알고리즘의 소스코드를 훔친 직접적인 증거가 있는 게 아니라면 기술탈취를 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업체의 독창적인 기술이었으면 이미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지 않았을까"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아직 중기부 판단이 남아있는 상황이라 예단하긴 어렵다"며 "모쪼록 양사가 공정한 판정을 받고 원만하게 갈등을 봉합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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