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이번 영국 국빈방문은 달라진 한국의 위상을 확인하고 한국·영국 간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는 전환점이 되었다. 정치적·경제적으로 한국은 글로벌 무대에서 주요국 위상으로 올라왔고, 지난 10여 년간 빠르게 성장한 소프트파워 역시 글로벌 한국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었다. 찰스 3세 국왕의 환영사는 특히 K-팝과 한국 영화·문화를 강조했다.
영국은 브렉시트(Brexit) 이후 파운드화 하락과 경기 침체를 겪으며 경제적 조정기를 겪고 있다. 금융과 글로벌 기업 중 상당수가 런던을 떠나 유럽 대륙으로 이전해 갔고 투자자들 역시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내부적인 정치적 혼란과 위기감 속에서 영국은 글로벌 혁신전략을 통해 국제적 위상을 회복하고자 새로이 노력하고 있다. 리시 수낵 총리가 “영국과 중국 간 황금시대는 끝났다”며 대중 관계의 변화를 천명한 가운데 핵심 가치를 공유하고, 글로벌 안보와 경제안보를 함께 논의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 한국의 중요성은 더욱 가시화되었다.
한국은 전통적인 제조업 기반에 덧붙여 반도체, 배터리 그리고 첨단산업 분야의 진전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제 체제에서 더 많은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미·중 경쟁 장기화와 우크라이나, 중동 지역 불확실성이 강화되는 다중 위기 상황에서 보다 공고한 안보 동맹 체제 구축과 경제안보 강화라는 필요성을 안고 있다. 인도·태평양 전략이나 NATO+AP4 같은 민주주의 진영과의 공조체제 합류는 핵심 과제이고, 비확산과 북핵 문제 역시 양자 및 지역적 차원에서 해결을 넘어 글로벌 차원에서 영국과 같은 핵심 우방국과의 공조를 필요로 한다.
금번 영국 순방은 개별 양자 회담 차원을 넘어서 올해 개최된 NATO 및 주요 유럽 국가들과의 정상회담들과 맞물려 범유럽외교의 공고화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숨 가쁜 일정으로 진행된 외교적 외연의 확대는 이제 내실을 기하는 폴로업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단단한 후속 조치들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방과의 파트너십은 책임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한국이 글로벌 중추국가로 나아갈 수 있는 외교력은 정부 차원을 넘어서 기업과 공조, 공공외교를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민관 협력으로 뒷받침되어야 의도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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