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공개한 온라인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엔젤릭버스터' 리마스터 애니메이션 홍보 영상 속 이른바 '집게손' 모양의 논란이 '젠더 갈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29일 게임업계 등에 따르면 넥슨이 해당 영상을 삭제 조치한 후 사과했으나, 온라인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남성 중심 커뮤니티 '에펨코리아' 등에서는 "집게손을 색출해야 한다", "집게손 모양은 일부러 넣은 것이 맞다", "바퀴벌레 수준" 등의 격한 반응이 올라왔다.
반대로 트위터에서는 여성 이용자들이 "망상병 환자들", "일러스트를 수정하란 것도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온라인에서의 갈등은 오프라인으로도 표출되고 있다. 전날 경기 성남시 넥슨 본사 앞에는 '개인사상 검열·부당해고', '노동자 부당해고 철회하라', '노동법 사망' 등 문구가 적힌 근조화환이 깔렸다.
한국여성민우회 등은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넥슨은 일부 유저 집단적 착각에 굴복한 '집게손' 억지 논란을 멈추라"며 "넥슨코리아처럼 가장 영향력이 큰 게임사가 이러한 행태를 무책임하게 용인하고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한 커뮤니티에서 살인을 예고하는 글이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전날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는 기자회견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한 살인 예고글 4건이 올라왔다가 삭제됐다. 해당 글에는 흉기 사진과 함께 흉기 난동을 하겠다는 내용의 협박성 메시지가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넥슨의 외주 업체인 스튜디오 뿌리가 제작한 메이플스토리 홍보 영상에 집게손 모양이 등장했고 남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남성 혐오' 논란이 제기됐다. 엄지와 검지를 구부려 집게처럼 만든 손 모양은 남성 신체 부위를 비하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넥슨은 사흘 만에 영상을 내리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넥슨은 지난 26일 사과문에서 "해당 홍보물은 더 이상 노출되지 않도록 조치하고 최대한 빠르게 논란이 된 부분들을 상세히 조사해 필요한 조치를 진행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게임업계와 관련한 남녀 갈등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넥슨이 2016년 선보인 게임 '클로저스'의 신규 캐릭터 '티나' 역할을 맡았던 김자연 성우가 자신의 트위터에 '여자는 왕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GIRLS DO NOT NEED A PRINCE)'라고 적힌 티셔츠 사진을 올렸다가 논란이 되자 교체된 사례가 있다.
당시 일부 여성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이를 '부당 해고'라고 주장했다. 이번 홍보 영상 사건에서 '노동자 부당 해고' 등이 적힌 근조화환은 이러한 주장의 연장선상에서 설치됐다.
전문가들은 온라인에서 남녀가 서로를 혐오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작은 논란에도 민감한 반응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온라인상에서 혐오 감정이 커지면서 작은 일에도 필요 없는 논쟁을 하고 있다"며 "이는 저출산 요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최 측의 적극적인 해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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