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가까워지면서 조각투자업체들이 증권신고서 제출 막차를 타고 있습니다. 특히 앤디워홀과 쿠사마야요이 등 유명 작가의 작품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대중에게 익숙한 유명 작가의 그림을 앞세워 ‘1호 투자계약증권’ 타이틀 거머쥐기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입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서울옥션블루의 모회사인 서울옥션은 상한가(29.94%)를 기록하며 1만315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자회사 미술품 조각투자 업체인 서울옥션블루가 전날 미술품 투자계약증권에 대한 증권신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고 밝히면서 모회사 주가가 치솟았습니다. 미술품 조각투자 사업이 본격화된다는 기대감에 강세를 보인 것이죠.
조각투자업계는 크게 투자계약증권과 비금전신탁수익증권으로 나뉘며 주식, 채권과 같은 정형적 증권이 아닌 비정형증권으로 분류됩니다.
투자계약증권은 미술, 한우 등 공동 사업에 투자하고, 결과에 따른 사업 손익을 받는 식입니다. 발행은 가능하지만, 유통 시장이 없어 증권의 개인 간 거래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현재 테사(플랫폼명 테사), 스탁키퍼(뱅카우), 서울옥션블루(소투), 투게더아트(아트투게더), 열매컴퍼니(아트앤가이드)로 총 4개 조각투자 업체가 당국으로부터 올해 7월 제재면제 조치를 허용받았습니다.
신탁수익증권도 유사한 구조를 갖췄지만, 부동산·저작권과 같은 비금전자산을 대상으로 한 증권 발행·유통만 가능합니다. 현재 카사·루센트블록·펀블·(부동산), 뮤직카우(음악 저작권료 청구권)는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 신청 대상으로 규제 샌드박스 사업자로 지정됐습니다.
미술조각투자는 투자계약증권 형태로 분류됩니다. 투자계약증권은 혁신금융서비스 신청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규제 샌드박스 적용은 따로 받지 않습니다.
투자계약증권 부문에서 현재까지 총 세 개 업체가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습니다. 서울옥션블루(소투), 투게더아트(아트투게더), 열매컴퍼니(아트앤가이드)로 모두 미술조각투자사입니다.
전날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서울옥션블루는 앤디워홀의 ‘달러사인(Dollar Sign)’을 투자상품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림 사이즈는 51.0×40.5㎝(8호)로 지난 9월 서울옥션 경매를 통해 6억2623만원에 취득했습니다. 신고서 통과 시 모집되는 증권은 취득금액과 발행제비용 7377만원을 포함한 7억원 규모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달러 사인은 1981년작으로 자본주의의 속성을 고발한 작가의 대표적 도상이라고 합니다. 워홀은 1960년 초부터 1달러 화폐를 그려오다가 1981년에는 ‘달러 사인’ 연작을 완성했습니다. 달러는 오늘날 미국 화폐로서만의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며, 오늘날 자본이 전부인 현대사회, 현대의 소비 문화를 대변합니다.
앞서 열매컴퍼니는 ‘땡땡이 호박’ 그림으로 유명한 일본 작가 쿠사마야요이의 2001년작인 '펌킨'(11억2000만원)입니다.
열매컴퍼니는 해당 작품으로 지난 10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지만, 다시 기재정정을 했습니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미술품 투자가 생소할 수 있다는 판단에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입장이었습니다.
기재 정한 내용은 에스크로 계좌(가상계좌)를 통해 투자금을 모집해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추가됐습니다. 예금주 식별 불가능, 타인계좌로의 환불 가능성, 자금세탁 문제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1000만원 이상 납입시 입금증명원을 열매컴퍼니에 제출해야 한다는 조건을 추가했습니다.
추가로 청약증거금을 도입하지 않아 일부 투자자의 청약급 미납에 따른 실권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정정했습니다. 열매컴퍼니는 실권주 발생시 당사 혹은 자회사가 실권주를 전부 인수할 방침입니다.
조각투자업계는 ‘1호 타이틀’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해당 업계 관계자는 “‘1호 타이틀’에 따라 기관투자자의 투자 관심과 금액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상징성, 초기 투자자 유입도 1호 여부에 따라 많이 차이가 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1호 투자계약증권’ 타이틀을 따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지난 8월 투게더아트도 미국 작가 스탠리 휘트니 회화 '스테이 송' 작품으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첫발을 내디뎠지만, 작품 가치 산정 논란으로 2주 뒤 철회했습니다. 증권신고서를 신규 제출한 서울옥션블루와 이미 한번 기재정정한 열매컴퍼니도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고 있습니다. 다른 업체들 역시 신고 결과를 보고 서류 제출을 할 계획입니다.
‘1호 타이틀’을 노리고 있는 서울옥션블루와 열매컴퍼니 모두 서울옥션으로부터 작품을 매입했는데요. 유명작가의 작품을 앞세운 만큼 투자자의 관심이 어디로 더 많이 쏠릴지 관련 업계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신고서 내용에 문제가 없다면 열매컴퍼니의 청약기간은 오는 12월 18일부터 22일이며, 서울옥션블루는 오는 12월 20일부터 26일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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