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강제 매각'의 길로…SK스퀘어, 콜옵션 행사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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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준 기자
입력 2023-11-2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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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은 옵션은 IPO 기한 연장, 알리바바에 통매각 등

11번가 CI 이미지11번가
11번가 CI [이미지=11번가]
SK그룹이 이커머스 자회사 11번가 재무적투자자(FI) 보유 지분을 되살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대기업 계열사가 재무적투자자에 의해 강제 매각되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는 이날 오후 열린 이사회에서 11번가 지분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의결했다. 이에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사모펀드(PEF) 운용사 H&Q로 이뤄진 재무적투자자(FI)는 드래그얼롱(동반매도권)을 활용하게 됐다. SK스퀘어가 보유한 11번가 지분(80.3%)을 제3자에게 매각한다는 의미다.

IB업계 관계자는 "전날만 해도 SK스퀘어 측이 심각하게 콜옵션 행사 여부를 놓고 고민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금 여력은 있지만 11번가 지분 가치 하락으로 SK스퀘어 경영진이 콜옵션 행사를 하면 '배임'에 해당한다는 법조계 의견이 나오면서 최종 포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2018년 SK스퀘어는 FI들 측에서 5년 내 기업공개(IPO)를 조건으로 총 5000억원을 투자받았다. IPO에 실패하면 SK스퀘어가 원금에 연이율 3.5% 이자를 붙인 약 5500억원에 FI 지분을 되사는 콜옵션 조항이 포함됐다. 콜옵션을 포기하면 FI가 SK스퀘어 지분까지 제3자에게 매각 가능한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 조건도 있었다. 콜옵션을 포기함으로써 약 18% 지분을 보유한 FI는 SK스퀘어가 보유한 지분(80% 이상)을 시장에 함께 내다팔 수 있게 된 것이다. 

11번가는 기업공개(IPO)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주식시장 불안정성 심화, 플랫폼 기업 밸류에이션 하락 등 영향으로 상장 기한인 9월 30일까지 IPO를 성사시키지 못했다. 이후 싱가포르 이커머스 기업 큐텐과 지분 매각 협상을 벌였지만 기업가치에 대한 이견으로 결렬됐다.

SK가 콜옵션 행사를 포기하며 11번가 운명은 FI들에 맡겨졌다. 투자금 회수를 원하고 있는 FI들은 SK스퀘어가 보유한 지분까지 더해 제3자에게 매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때에 따라선 IPO 기한 연장이라는 옵션도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11번가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중국 알리익스프레스와 진행하는 협상이 급진전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어느 정도 매각 협상에 진전이 있어 FI들이 주도적으로 매각을 진행할 수 있도록 SK스퀘어가 콜옵션 행사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알리익스프레스와 협상이 어느 정도 진전돼 FI 측에서 11번가를 통매각할 수 있도록 콜옵션 행사를 포기했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국내 대기업과 국민연금이 중국계 자본에 회사를 매각했다는 비난도 피할 수 있다는 점도 최종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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