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서민 주거시설인 다세대·연립주택 등 비아파트 주택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전세사기 여파로 시장에서 외면을 받고 있는 데다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으로 착공 물량까지 크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당분간 비아파트 주택 시장 위축이 불가피해 서민 주거 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주거 사다리가 무너지면 부동산 양극화가 더 심화할 수 있다며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30일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전국 비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3만9196가구로 전년 8만451가구 대비 51.4% 급감했다. 같은 기간 착공은 3만3422가구로 전년과 비교해 54.5% 감소했다.
가장 큰 위기를 맞은 것은 대표적인 서민주택으로 여겨지는 빌라(다세대·연립주택)다. 올해 1~10월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 중 다세대주택은 7763가구, 연립주택은 4707가구로 전년 동기(2만8897가구, 1만270가구) 대비 각 73.1%, 54.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인허가 물량이 32.5% 줄어든 아파트와 비교하면 감소 폭 차이가 크다. 1~2인 가구가 주로 전·월세로 거주하는 도시형생활주택 인허가 실적도 쪼그라들었다. 올해 도시형생활주택 인허가 실적은 6078가구로 지난해 2만6095가구 대비 77%나 급감했다. 심지어 지난 5월과 6월에는 서울에서 도시형생활주택 인허가 물량이 단 한 건도 없었다.
인허가와 착공은 향후 2~3년 뒤 주택 공급을 결정하는 선행지표로 꼽힌다. 이처럼 물량이 급감하는 추세가 계속되면서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공급 선행지표인 착공과 인허가 물량이 이 정도까지 감소한다면 2~3년 후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작년 기준 전국 빌라는 약 280만가구로 아파트(1200만가구)보다는 적지만 주택 시장에서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집값 급등기에 '아파트 대체재'로 부각돼 청년과 신혼부부, 저소득층의 주거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과 부동산 시장 침체가 계속되면서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난 데다 집을 지어도 팔리지 않으니 공급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전세사기 사태가 곳곳에서 나타나며 부정적 인식도 확산됐다.
이처럼 서민주택 공급 급감세가 심상치 않자 정부도 공급을 촉진하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지난 9월 26일 국토교통부는 주택 공급 활성화 방안으로 연립·다세대주택,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에 건설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비아파트 건설 자금을 기금에서 1년간 한시적으로 지원하고 대출 한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에 수요 진작책이 빠져 있다며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데는 '역부족'일 것으로 봤다. 서진형 교수는 "주택이 공급되기 위해서는 결국 수요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빌라는 위험하다'는 인식을 불식시키고 다시 수요를 끌어올 수 있는 적극적인 수요 관련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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