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토정보공사(LX)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다. 작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내년까지 적자 규모가 최대 8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어명소 LX공사 사장은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창사 이래 초유의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고강도 혁신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LX공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540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700억~800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더 커질 전망이다. 이는 주요 수입원인 측량수요 감소에 따른 것이다. 건설경기가 악화하면서 측량수수료 수입이 1년 전보다 27.5% 감소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줄어든 데다 지방 토지 거래도 급감한 영향이다. 지적 측량은 LX공사 매출액의 90%가량을 차지한다.
반면 최근 몇 년간 인력이 크게 늘어 인건비 지출은 급증했다. LX공사 직원은 2016년 3853명에서 지난해 4611명으로 758명 늘었다. 같은 기간 인건비는 3912억원에서 4531억원으로 619억원(15%) 증가했다. 이에 LX공사는 지난해 창사 이후 최초로 적자(110억원)를 기록했다. 수입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인건비 지출이 크게 늘면서 적자 규모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어 사장은 "올해 약 540억원, 내년엔 700억~800억원 정도 적자가 예상되고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자구 노력을 안 하면 적자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당분간 적자를 최소화하면서 버텨나가는 구조를 만들어 놓는 게 사장으로서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에 LX공사는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경영진의 임금 반납 △유휴재산 매각 △인력·조직의 단계적 효율화 △신사업 모델 발굴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경영진은 임금 20%를 반납하고, 지역본부장도 임금 10%를 자진 반납한다. 또 노조와의 협의를 통해 초과근무수당, 연차유급휴가제도의 개선 등을 통해 인건비 지출 규모를 줄일 계획이다.
LX공사는 유휴자산 8곳도 매각하기로 했다. 용인시에 있는 구(舊) 국토정보교육원 부지를 매각하고, 서울 강남에 있는 LX서울지역본부를 리츠로 유동화해 재무구조를 개선할 방침이다.
신사업 모델 발굴과 기술 혁신에도 나선다. 지적측량에 공간정보를 융·복합한 신사업을 확대 발굴하고 네이버 등을 비롯한 민간과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공간정보 인프라 사업 수주에 주력한다. 또 지적측량의 혁신을 통해 확보된 유휴인력은 전문교육을 통해 공간정보 신사업 전문가로 재배치할 계획이다.
어 사장은 "LX는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으로 정부의 재정 지원 없이 자체 사업을 통해 매출을 확보하고 지출해야 한다"며 "스스로 벌어서 갚을 수 있는 구조를 확보하지 않으면 부채가 누적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토부나 행안부 정부부처와 협의해서 수익원을 발굴하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번 고강도 혁신안은 '비상경영혁신위원회'를 발족해 외부 전문가와 함께 점검하기로 했다. 외부 전문가는 컨설팅, 공간정보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후보를 찾고 있다.
어 사장은 "민간 위원장과 같이 위원회를 조직해 주기적으로 자구 노력에 대해 점검하고자 한다"며 "조직의 존립이 달린 문제기에 새로운 혁신 과제를 발굴하고 외부 전문가들을 통해 혁신 경영을 점검하고 평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어명소 사장은 37회 행정고시 출신으로 지난 7월까지 국토교통부 제2차관을 지낸 후 이달 LX 사장에 취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