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전에서 비록 참패했지만 국내 대형 건설사들에는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리게 됐다는 평가다. 엑스포 유치에 성공한 사우디아라비아가 네옴시티 등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면서 K건설의 해외사업 수주에도 훈풍이 불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업계 일각에서는 내년 사우디발(發) 수주고가 지난해의 3배에 육박하는 12조원 규모로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2030 엑스포의 사우디 리야드 개최가 결정되면서 해외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는 대형 건설사들 사이에서 사우디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우디는 이번 엑스포와 함께 네옴시티 건설, 리디야 킹 살만 파크 개발 등 대형 인프라 건설 사업을 포함한 '비전2030'을 추진하고 있다. 엑스포 개최가 확정된 만큼 이들 국가사업들의 진행에도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리디야 킹 살만 파크 프로젝트는 쌍용건설 등 국내 대형 건설사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업이다. 사우디 리야드 16만㎢ 부지에 230억 달러(약 30조원)를 투입해 세계 최대 공원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부지 면적이 서울 여의도의 16배, 미국 센트럴파크의 5배 수준으로 네옴시티 사업과 함께 비전2030의 핵심 프로젝트로 꼽힌다.
이와 동시에 사우디는 사업비 5000억 달러(약 646조원)를 투입하는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사우디는 네옴시티의 일부 지역을 엑스포가 개최되는 2030년 이내에 완공하겠다는 목표다.
국내 삼성물산·현대건설 등은 이미 네옴시티 프로젝트와 관련된 터널 공사 등을 수주해 시공하고 있다. 엑스포로 네옴시티 프로젝트가 탄력을 받게 된다면 더 많은 일감을 수주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국내 대형 건설사 중심으로 올해도 사우디발 수주가 크게 늘어났다. 올해 1~10월 사우디 수주고는 62억5705만 달러(약 8조797억원)로 지난해 연간 수주고인 34억8179만 달러(약 4조4967억원)를 이미 넘어섰다. 건설사의 해외 수주가 연말에 집중되는 특성을 감안하면 남은 11~12월 동안 수주가 더욱 늘어 약 10조원의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내년엔 올해보다 더욱 수주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12조원 이상의 수주 실적을 예측하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우디 건설시장이 매년 성장하고 있는 것도 우리 기업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해외건설정책지원센터에 따르면 사우디의 올해 건설시장 규모는 1391억 달러로 전년보다 4.5%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며, 2024~2027년에는 매년 5%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유가에 따른 재정 흑자로 경제 여건이 개선되고, 주요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공공·민간 부문의 투자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대형 건설사들이 해외사업 강화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우디의 엑스포 개최로 인해 인프라 수주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해외 사업을 통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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