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중국 인구 변화 구조에 주목해서 중국 의료시장 진출 전략을 짤 필요가 있습니다."
차순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이 지난달 29일 중국 베이징에서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은 성형미용 강국으로만 알려졌는데, 이제는 기존의 강점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진료 분야를 개척해 한국 의료 우수성을 알려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차 원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회복세를 보이는 국제 의료 교류 사업을 지원하고 우리나라 기업의 중국 의료서비스 시장 진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달 28일부터 4박 5일 일정으로 중국 상하이·베이징·선양을 방문했다.
차 원장은 "특히 중국 고령화 가속화로 노인 재활 의료와 같은 실버시장이 커지는 것은 물론, 출산·난임· 산후조리 등 중심의 엔젤시장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며 향후 우리나라 기업에 비즈니스 기회가 클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중국인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중국의 공공의료 중심의 국가 의료 시스템으로는 고급 의료 서비스 수요를 만족시킬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차 원장은 "이를 위해 중국은 민간이나 해외에서 파트너를 찾고 있다"며 지리적으로 가깝고 의료기술이 발달한 한국은 좋은 파트너"라고 했다.
보건산업진흥원은 최근 중국 비공립의료기관협회와 협력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중국 비공립의료기관협회는 중국 내 유일한 민간 의료 분야의 국가급 조직으로, 산하 민영병원 50만곳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
차 원장은 "MOU 체결로 양측은 의료관광 정보 노하우 공유는 물론 중국 중증환자의 한국 송출까지 고려하고 있다"며 "한·중 간 병원을 서로 연결하는 협력 플랫폼을 육성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중국인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중국 의료시장 전망은 밝다. 글로벌 컨설팅사 피치에 따르면 2022년 중국 의료기기 시장 규모만 약 320억 달러로, 2023년부터 2027년까지 5년간 연평균 10.9%로 성장해 약 500억 달러에 육박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의료기기 중에서도 치과 임플란트·필러·초음파 영상진단장치 방면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
특히 차 원장은 디지털 헬스케어를 전도 유망한 분야라고 짚었다. 그는 “한국은 ICT 강국인 데다가 의료산업 경쟁력도 있어서 디지털 헬스케어 같은 새로운 분야를 공략하면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 중국 의료 시장 공략에 장애물도 있다. 중국이 최근 공립병원에 중국산 의료장비 비율을 강제화하는 등 수입산 의료기기 구매 제한을 가속화하는 게 대표적인 예다. 특히 중국은 심장 스텐트, 인공관절 등 고부가가치 의약품 및 재료에 대해 국가가 대량 구매해 가격을 일괄 통제하는 중앙집중식 구매(VBP)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최근 치과 임플란트도 이 정책 적용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임플란트 강국인 우리나라 기업엔 도전이 될 수 있다.
차 원장은 “오스템임플란트 같은 기업으로선 VBP로 인해 납품 가격 인하 압박이 크다”면서도 “현재 기술 및 서비스 차별화로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임플란트 가격이 적정 수준으로 낮아지면 더 많은 중국인이 의료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만큼 결국엔 중국 임플란트 수요가 커져 기업엔 기회가 될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중국이 최근 화장품 규정을 전면 개정해 화장품 원료 정보 등록과 안전성 평가 보고서 등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는 것도 우리 기업으로선 부담이다. 차 원장은 “현재 우리 정부 측에서 나서서 직접 중국 화장품 인허가 기관과 정보 정책을 교류하면서 한국산 화장품이 신뢰성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며 “중국이 한국산 화장품에 대해선 어느 부분 규정을 간소화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차 원장은 이번 방중 기간 한국에 우호적인 동북3성을 국제의료 협력의 새로운 시장으로 개척하기 위해 랴오닝성 선양을 방문해 현지 정부와 보건 의료 산업 협력을 논의했다. 지난달 28일 상하이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한국의학연구소(KMI)와 중국 최대 민간기업인 푸싱그룹과 의료협력 MOU 체결도 이뤄졌다.
보건산업진흥원은 보건산업의 육성·발전과 보건 서비스 향상 지원사업을 하는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으로 1999년 설립됐다. 2022년 12월 취임한 차 원장은 산부인과 전문의로서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장, 메디시티대구협의회장, 대구의료관광진흥원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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