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자생 약용식물에서 단 세 단계 만에 난치성 신경질환 치료제로 개발 가능한 물질을 합성하는 일종의 분자 연금술에 성공했다.
KAIST는 한순규 화학과 교수 연구팀이 '광대싸리'에 극미량 존재하는 고부가가치 천연물을 생체모방 전략으로 간단하게 합성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세큐리네가 알칼로이드'는 국내 자생 약용식물인 광대싸리에서 나오는 천연물군이다. 항암·신경돌기 성장 촉진 등 다양한 약리 활성을 보여 수십 년간 합성화학계 관심을 받아왔다. 이 물질군에는 초복잡 천연물 100여종이 존재한다. 그간 기본 골격체의 합성은 잘 정립된 반면, 초복잡 화합물 합성은 난제로 남아 있었다.
'수프라니딘 B'도 초복잡 세큐리네가 천연물 중 하나다. 신경세포 신경돌기 성장을 촉진해, 퇴행성 신경질환이나 신경절단 같은 난치성 신경질환 치료제로 기대되는 물질이다. 하지만 식물 1㎏당 추출량이 0.4㎎
한 교수 연구팀은 광대싸리에서 쉽게 대량으로 추출할 수 있는 세큐리네가 천연물인 알로세큐리닌과 값싼 누룩산 유래 물질을 이용해 단 세 단계만에 수프라니딘 B를 합성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수프라니딘 B같이 복잡한 천연물을 이렇게 짧은 과정으로 합성해 낸 사례는 드물다.
KAIST 측은 수프라니딘 B의 세계 최초 합성이자,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질에서 고부가가치 화합물을 간단하게 만들어 낸 일종의 분자 연금술이라고 KAIST 측은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KAIST 도약연구와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강규민 KAIST 화학과 석박사통합과정 학생이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성과는 저명한 화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미국화학회지(JACS)' 11월 2일 자에 실렸다.
한 교수는 "이번 연구로 수프라니딘 B를 간단하게 생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초복잡 세큐리네가 천연물의 생합성에 대한 이해도 높였다"면서 "고부가가치 국내 자생 약용식물을 합성화학적으로 또는 합성생물학적으로 생산할 학문적 토대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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