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압박을 받고 있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1일 자진 사퇴했다. 취임 95일 만이다. 방통위는 부위원장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이 위원장 면직안을 재가했다. 이 위원장은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윤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이 위원장은 대통령 재가가 이뤄진 뒤 정부과천청사 방통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직 국가와 인사권자인 대통령을 위한 충정 때문에 사의한다"고 사퇴 배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탄핵)심판 결과가 나오기까지 몇 개월이 걸릴지 알 수가 없다"면서 "그동안 방통위가 사실상 식물 상태가 되고, 탄핵을 둘러싼 여야 공방 과정에서 국회가 전면 마비되는 상황은 제가 희생하더라도 피하는 것이 보직자 도리"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탄핵을 추진한 더불어민주당에는 쓴소리를 냈다. 이 위원장은 "거대 야당이 숫자 우위를 앞세워 밀어붙이는 탄핵의 부당성에 대해서는 이미 국민이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한다"며 "이런 탄핵 폭주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국회 권한을 남용해 마구잡이로 탄핵을 남발하는 민주당의 헌정질서 유린 행위에 대한 부당성을 알리고 계속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윤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과정에 대해 "전날 구두로 했고, 인사혁신처에 전달된 것으로 안다"며 "다만 (수용) 결정은 오늘 하신 것이고, 인사권자 결정에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돼도 공석인 상임위원을 임명하면 방통위 업무 수행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지금 임명해도 여야 2 대 2 구도가 돼 꽉 막힌 상황이 된다"며 "식물 상태인 것은 똑같다"고 답했다.
애초 야당이 재발의한 이 위원장 탄핵안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이 이뤄질 예정이었다. 민주당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 등에 대한 방통위 해임 처분이 법원에서 잇달아 효력 정지된 점 등을 이유로, 지난달 9일 당론으로 이 위원장 탄핵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본회의에 앞서 면직 처리가 이뤄지면서 탄핵이 무산됐다.
지난 8월 28일 취임한 이 위원장이 95일 만에 스스로 물러나면서 방통위는 이상인 부위원장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했다.
방통위는 이날 "방통위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제6조 제4항, 방통위 회의운영에 관한 규칙 제5조 제2항에 따라 이 부위원장이 위원장의 직무를 대행한다"고 밝혔다.
다만 상임위원 정원 5명 중 3명이 공석이던 방통위는 1인 체제로 들어서면서 안건 의결은 불가능해졌다.
이 위원장이 업무 공백 우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만큼, 빠르게 후보자 지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차기 방통위원장으로는 정치인·언론인 출신과 함께 법조인 출신도 언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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