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경기 침체 그늘에 빚을 제때 못 갚는 차주들이 늘어나면서 주택도시보증공사 등 금융공공기관이 차주 대신 빚을 갚는 대위변제액 규모가 올해 10조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이들 보증기관의 대위변제액은 10조152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합산 대위변제액(5조8297억원) 대비 74% 증가한 수치다. 이달 말까지 관련 수치를 합하면 올해 연간 대위변제액 규모는 전년 대비 2배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아울러 13개 보증기관(주택도시보증공사·주택금융공사·서울보증보험·서민금융진흥원·신용보증기금·지역신용보증재단·기술보증기금·수출입은행·산업은행·중소기업은행·한국무역보험공사·해양진흥공사·한국자산관리공사) 중 대위변제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주택도시보증공사였다. 전세사기와 전세금 반환보증 사고가 급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올해 10월까지 주택도시보증공사 변제액은 3조5742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변제액(1조581억원) 대비 3배를 이미 넘어섰다. 주택도시보증공사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대위변제율도 지난해 1.7%에서 올해 10월 4.5%로 상승했고, 임대보증금보증(개인) 대위변제율 역시 지난해 0.1%에서 올해 10월 7.8%로 급등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신용보증기금의 대위변제액은 지난해 1조3599억원에서 올해 10월까지 1조7493억원으로, 지역신용보증재단의 대위변제액은 지난해 576억원에서 올해 10월까지 1조3703억원으로 급증했다. 이 밖에 △주택금융공사(3375억원→5026억원) △서민금융진흥원(3673억원→7498억원) △기술보증기금(4946억원→7521억원) 등도 같은 기간 대위변제액이 늘었다.
이에 은행들이 공적기관 보증을 기반으로 사실상 무위험으로 이익을 경신하고 있다는 비판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권 가계대출 중 보증부대출은 2013년 44조2000억원 수준에서 올해 9월 263조5000억원으로 약 6배 증가했다. 이 중 250조3000억원이 은행권 대출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은행은 보증기관에 법정출연금을 납부하는 대신 보증사고 시 보증기관이 대위변제를 한다"며 "부족한 금액은 정부·지자체 출연금 등 사실상 세금으로 메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리 상승기에 은행권은 사상 최고 이익을 경신하고 있으나 보증기관 대위변제액이 급증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은행권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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