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금리 인하 기대에 자산 시장 전반이 랠리를 펼쳤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 3월에 금리 인하로 선회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며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찍고, 비트코인 가격이 4만 달러선을 돌파했다.
4일 아시아 시장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5월 이후 약 19개월 만에 처음으로 4만 달러선을 돌파했다. 올해 들어 비트코인 가격은 140% 넘게 폭등했다.
연준이 내년 초에 금리 인하 기조로 선회할 것이란 기대감이 비트코인 가격을 밀어 올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1일 연설을 통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경고하면서도 “정책 금리가 상당히 긴축적인 영역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이 발언에 달러 가치는 하락하고 미 2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6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 시장은 금리 인하 베팅에 박차를 가했다.
당초 내년 중반이 유력했던 피봇(정책 전환) 예상 시기는 내년 초로 앞당겨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내년 3월에 금리를 0.25%포인트 낮출 가능성은 50%를 넘겼다. 이 가능성은 한 달 전에는 25.5%에 그쳤다. 오는 12~13일(현지시간)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97%로 100%에 가깝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조만간 비트코인이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할 것이란 전망도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을 포함한 미국 자산운용사 10여 곳이 현물 ETF를 추진 중으로, 블룸버그인텔리전스는 내년 1월에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물 ETF가 출시되면 기관 포트폴리오에 편입돼 투자자 저변이 확대될 수 있다.
비트코인 반감기가 내년에 도래하는 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약 4년을 주기로 채굴 보상이 줄어드는 반감기는 비트코인의 총 공급량을 2100만개로 제한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 3번의 반감기 때마다 비트코인 가격은 치솟았다.
금값도 날아올랐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월 만기 금 선물 가격은 장중 약 2% 오른 온스당 2151.20달러를 찍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물 금 가격은 2110달러 선을 돌파하면서 2020년 8월 기록한 장중 최고치인 2072.5달러를 넘었다.
금리 인하 기대가 금값을 밀어 올린데다 홍해에서 미국 군함이 공격을 받자, 중동 긴장이 확대될 것이란 우려에 안전 자산인 금의 수요가 더욱 높아졌다. 이자가 붙지 않는 금은 금리 인하기에 주목받는 투자 상품이다.
캐피털닷컴의 애널리스트인 카일 로다는 “시장은 금리 인하에 베팅하고 있다”며 “금값은 더 오를 수 있다. 경기침체 징후가 나타나는 초기에는 더 그럴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식 시장에도 금리 인하 기대의 훈풍이 불고 있다. 뉴욕증시가 지난 5주 연속 오른 가운데 앞으로도 주식 시장이 상승세를 나타낼 것이란 투자자들의 믿음이 더욱 확고해진 모습이다. 블룸버그가 실시한 MLIV펄스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595명 가운데 63%는 내년 주식 시장이 올해보다 좋은 수익률을 거둘 것으로 답했다.
다만, 고용 시장이 여전히 강력한 데다가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를 웃도는 점에 비춰 고금리 장기화 관측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는 점에는 주의해야 한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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