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이 자국 내 요소수 수급 불안 속 한국으로의 요소수 통관을 보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이 자국 수급 상황을 고려해 내년 1분기까지 수출을 제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중국 화학비료업계 온라인 플랫폼 중국비료망은 3일 “내년 1분기까지 요소수 수출을 제한한다는 이야기가 시장에 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실 11월은 통상 중국에서 요소수 비수기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최근 중국에선 공급난 속 가격 급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농업생산자료유통협회 중국 비료가격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요소 소매가격지수(CNRI)는 톤(t)당 2794.74위안으로, 6월 말과 비교해 15% 가까이 올랐다.
중국 내 요소수 가격이 비수기에도 오르는 데는 최근 인도로의 수출량이 갑작스레 늘어나면서 중국 내 수급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주류를 이룬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해 1~9월 중국 요소수 누적 수출량은 283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 늘었다. 특히 9월 한 달에만 119만t을 수출했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41.7% 늘어난 수치다. 9월 요소수 수출 물량의 약 70%는 인도로 향했다. 중국이 사실상 요소수 수출을 통제하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외신을 통해 흘러나온 것도 이때부터다. 10월 중국 요소수 수출량은 전달의 절반 수준도 안되는 56만t에 그쳤다.
계절적 요인도 있다. 상하이증권보는 올해 겨울이 예년보다 따뜻하면서 겨울철 밀 농사 비료 공급이 늦어진 반면, 비수기를 이용해 비료 재고분을 비축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단기적으로 수요가 급등해 가격이 오른 영향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중국 산시성 일대에서 겨울철 환경보호, 시설 점검 등 이유로 석탄·천연가스 기업들이 잇달아 감산 혹은 가동을 중단한 것도 공급에 영향을 미쳤다. 요소수는 석탄이나 천연가스에서 추출한 암모니아에 증류수를 섞어 만든다.
중국비료망은 "현재 중국의 하루 요소 생산량은 17만3400t에 달한다"며 "최근 공장들의 잇단 가동 중단 제한으로 2월 춘제(중국 설) 연휴 전까지 하루 평균 16만t 남짓으로 요소 공급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최근 요소수 공급난 속 가격이 요동치자 지난달 17일엔 중국질소비료산업협회와 중화화학비료 등 12곳 비료기업이 일제히 요소수 공급 가격 안정에 힘쓰겠다는 성명도 발표했다. 협회는 성명에서 "최근 요소수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며 "관련 기업들이 가능한 한 요소 생산을 늘리고 국내 공급을 우선으로 하되 출고·도소매 가격을 합리적으로 책정하고 사재기나 투기와 같은 행위를 하지 않고 공급과 가격 안정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요소수 수출 통제 움직임은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중국산 요소 수입 비중은 91%로 집계됐다. 지난해 67%로 떨어졌던 중국산 비중이 올 들어 크게 늘면서 90%를 웃돌고 있다.
정재호 주중대사는 4일 베이징 특파원단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 측 유관 부처에 해당 물량에 대한 차질 없는 통관 협조를 적극 요청하고 있다"며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관련 내용을 적시에 파악하고, 필요한 후속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그는 "유관부처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차량용 요소와 요소수의 국내 재고 및 베트남·인도·중국 등으로부터 계약 물량은 약 3.1개월분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향후 중국으로부터의 요소 수입이 계속 이뤄질 수 있도록 우리 기업의 애로사항을 지속 파악하는 동시에 우리 관계 부처의 긴밀한 소통 하에 중국 측과 필요한 협의를 지속해 국내 요소 공급에 애로가 생기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국의 대(對)중국 요소 의존도가 높은 만큼 "근본적으로 의존도와 불확실성의 저감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실제 우리나라는 지난 2021년 중국의 요소수 수출 통제로 ‘요소수 대란’을 겪은 바 있다. 당시 중국은 호주가 석탄 수출 중지를 결정하자 자국 내 요소 생산에 차질이 생겼다며 요소 수출을 중단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요소 수급도 끊겨 요소수 품귀 현상이 빚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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