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가 집안에서는 자녀에 대한 증여가 광범위하게 이뤄지다 보니 특이한 관행마저 발견된다. 미성년자 자녀가 부모나 조부모에게 알리지 않고 주택을 처분하는 일이 없도록 주택 지분을 100% 증여하지 않고 1%씩 남겨놓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난달 13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10월 동안 18세 이하 미성년자가 임대인인 부동산 임대차 계약이 3236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이전 연간 기록을 뛰어넘는 수준이며, 지난해 같은 기간 3060건에 비해 5.75%(176건) 늘어난 규모다.
업계에서는 올해 연말 코로나19 수준의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지난해 연간 기록인 3828건보다 더 많은 계약이 성사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경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상 최고치 기록을 연속 경신하게 된다.
이 같은 미성년자 임대인 계약의 상당수가 서울 지역에 집중된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거래 건수 중 서울 지역이 1433건으로 전체에서 비중은 44.28%에 달했다. 지난해에도 서울이 차지하는 비중은 46.55%로 절반에 가까웠다. 서울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8년 32.75%에서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성년자의 주택 보유 자체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미성년자 주택 보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9~2021년) 미성년자 주택 매수 건수는 전체 대비 2019년 0.06%에서 2021년 0.17%까지 늘었다.
2019~2021년 기간 동안 주택을 매수한 미성년자 중에서는 무려 20채를 매수한 1살짜리 아동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 10세 이상 아동 중에서도 3주택 이상을 매수한 아동이 75명이나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소득으로 주택을 매수했을 가능성이 거의 없어 사실상 부모나 조부모로부터 증여를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산가 집안의 미성년자들이 막대한 자본을 증여받은 이후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은 주식 등 다른 자산과 달리 주택을 통해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미성년자 임대인들은 올해 연 550억원이 넘는 임대수익을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9월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결과 미성년자 임대인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동안 총 2716억원의 임대수익을 거뒀다. 특히 지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 동안 연간 550억원 안팎의 임대수익을 꾸준히 유지한 것으로 파악된다.
아직 국세청 자료가 정리되지 않았지만 지난 2021년 대비 지난해와 올해 임대 계약 건수가 44% 이상 늘었음을 감안하면 연간 임대수익도 기존 550억원 규모를 크게 웃돌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다른 자산에 비해서 가치 변동이 적은 주택의 안정성에 주목한 자산가 집안도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증여로 인한 부의 대물림이 장기간 진행되는 작업인 경우가 많아 오랫동안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주택을 주요 자산으로 선택했다는 진단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최근 자산가 집안 사이에서 대규모 증여 이후 자산 매수에서 주택이나 부동산을 고집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를 위해서 자산가 집안에서 미성년자 자녀에게 지분 100%로 주택을 소유하도록 하기보다는 집안 어른이 1%라도 지분을 가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는 미성년자 연령에서 코인 등 급격하게 가치 변동이 이뤄지는 자산이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증여받은 자녀가 본인이 100% 소유한 주택을 매각하거나 담보대출을 받고 그 자금을 코인에 투자해 큰 손실을 보거나 유흥에 탕진했다는 사례가 자산가 집안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이후 단독으로 매각할 수 없도록 99%의 지분만 주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1%의 지분이라도 보유하게 된다면 증여받은 자녀의 독단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실제 자산가들 사이에서 부의 대물림을 위해 주택을 고집하는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며 "최근에는 증여 이후에도 자산에 대해 최저한의 통제를 위해서 1%의 지분을 같이 취득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