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란 조끼를 입은 이 대표와 최고위원들은 현장에 있던 당직자들, 지지자들과 악수를 하며 주택이 모여 있는 언덕길을 올랐다. 언덕 중간 은색 대문이 있는 주택 앞에 자리를 잡았다. 행사 참석자들과 함께 줄 지어 섰다. 언덕 밑에서부터 당직자들이 전달하는 연탄 300장을 받아 전달했다. 연탄나눔봉사를 마친 뒤 지지자들은 연신 '이재명'을 연호했고 "사랑한다"며 함성을 지르기도 했다. 봉사활동이라기보다 정치 행사 같았다.
이상민 의원이 전날 탈당 선언을 통해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체제 이후 오히려 나아지기는커녕 이재명 사당, 개딸당으로 변질됐다"며 원색적인 비판을 한 점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이 의원의 탈당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 체제가 굳건하다는 점을 민생 행보와 지지자들 환호를 통해 확인하고자 했다는 얘기다.
같은 시간 이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탈당 후 거취를 내비쳤다. 그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금태섭 전 의원 등 세력이 연합하면 제일 좋겠다"며 "양당에 대한 반감이 깊어진 지금 대체 정당이 될 수 있을 것 같지만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앞서 전날 그는 탈당 입장문을 통해 "더 이상의 기대와 노력은 무망하고 무용할 따름"이라며 "이제 내 정치적 꿈과 비전을 펼치기 위해, 상식의 정치를 복원하기에 그 터전이 될 수 없는 민주당과 유쾌하게 결별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5선인 이 의원이 성급한 탈당을 선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년 총선을 4개월 앞두고 아직 본격적인 선거판이 벌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히든 카드를 빨리 꺼내 들었다는 것이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이 의원이 탈당하겠다고 한 것은 오래전부터 예고를 한 것이기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며 "그가 탈당한 것은 지역구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에서 본인 지역구에서 경선을 치렀을 때 3등으로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당내에서 세력이 있었던 분이 아니라 당이 어수선하다거나 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예전부터 탈당을 이야기해 왔던 분이기에 '탈당할 분이 탈당했구나'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더구나 국민의힘도 이 의원 탈당이 내년 총선에 큰 변수는 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이 의원 입당으로 대전시 전체에 우리 당 지지율이 유의미하게 오른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큰 의미는 없을 것"이라며 "게다가 아직 거취도 명확하게 정하지 않은 분을 두고 이런 말 저런 말 하는 것도 옳지는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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