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빌라 등 집합건물 경매가 빠르게 늘고 있다. 고금리에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대출금을 갚을 여력이 부족해진 것으로 해석된다.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 매매 및 전세 시장이 동반 침체하는 상황에서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는 집주인도 늘었다. 매수자들이 관망세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경매 물건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5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11월 전국의 집합건물 강제경매개시 등기 신청 건수는 3101건으로, 2011년 9월(3365건) 이후 12년 2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달인 10월(2126건)과 비교해서는 45.9% 늘었다.
강제경매가 늘어난 것은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이 늘어난 탓으로 분석된다. 강제경매는 채권자가 소송 등을 통해 판결문을 확보한 후 법원에 신청하는 경매로, 담보가 없는 개인 간 금전거래 등에서 주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 역전세가 발생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세입자가 소송을 걸어 해당 주택을 강제경매로 넘길 수 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강제경매는 저당권 실행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최근 시장에는 전세사기로 인한 물건들 또한 나와있고, 빌라시세 하락으로 인한 ‘깡통전세’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매물은 낙찰도 잘 되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 강제경매 건수는 증가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임의경매등기 신청건수 또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임의경매는 채무자가 대출금이나 이자를 갚지 못해 채권자가 담보로 받아둔 부동산을 경매로 넘겨 채권을 회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 은행이 대출이자를 연체한 물건에 대해 임의경매를 진행한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임의경매는 3835건으로, 2014년 4월(3838건) 이후 9년 7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달인 10월(3052건)과 비교하면 25.7% 늘었다.
특히 임의경매 증가는 고금리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집값 상승기에 ‘영끌대출’(영혼까지 끌어온 대출)을 통해 집을 매입한 경우 고금리로 인해 이자 부담이 커진 데다 최근 집값이 주춤한 가운데 관망세가 지배적이어서 매도 역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이주현 연구원은 “대출금리 인상에 따라 이자 부담이 늘며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사례가 늘며 임의경매 건수가 늘어난 것”이라며 “특례보금자리론 중단 등으로 자금 여력이 줄면서 낙찰가율 또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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