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株式) 거래와 채권(債券)을 비롯한 증권 투자가 대중화하고 있습니다. 거래소에는 나날이 새로운 종목이 상장하고 수많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는 이들 종목이나 지수와 관련한 상품을 끝없이 쏟아냅니다. '채권·주식 가치 탐구(권주가·券株價)'는 자본시장에 이제 입문한 기자가 종목, 시장, 산업을 공부하고 관점을 세워 가는 과정을 기록합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尹의 특명 'MSCI 선진시장 지수' 입성… 그게 뭔데요?
② MSCI 선진시장 2024년 재도전… 편입하면 왜 좋아요?
한국에서 MSCI 지수가 다시 관심을 끌기 시작한 계기는 2021년 11월 문재인 정부 당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영국 런던에서 열린 투자설명회(IR)에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본격적으로 재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예요.
하지만 MSCI가 작년 6월 발표한 2022년 연례 시장 분류와 올해 6월 발표한 2023년 분류 결과에서도 한국은 관찰대상국이 되지 못했죠. 시장 재분류 일정에 앞서 시장 접근성 평가 결과가 발표되고 있는데요, 한국은 작년과 올해 두 차례 발표된 평가 결과상 모두 동일하게 시장 접근성 분야 18개 평가 항목 중 6개 항목에 ‘마이너스’ 등급을 받았어요. 선진국 지수로 편입하려면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다는 거죠.
김동영 삼성증권 퀀트 애널리스트는 올해 2월 발간한 ‘MSCI 지수 설명서 Ver 3.0’을 통해 한국이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지 못한 이유를 이렇게 분석했어요.
“한국의 선진시장 승격을 항상 발목 잡았던 부분은 투자 활동 전반의 제도적인 측면을 점검하는 ‘시장 접근성 기준’이다. 한국은 마이너스 등급 평가를 다수 받으면서 그동안 MSCI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2022년 6월 MSCI 연례 시장 분류 리뷰에서 한국은 △외환시장 자유화 수준 △투자자 등록 및 계좌 개설 △정보 흐름 △청산 및 결제 △증권 이동성 △투자상품의 가용성 6개 항목에 마이너스 등급 평가를 받았다. 최근 범정부적 개선 노력은 해당 부정 평가 항목의 제도 개선에 집중돼 있다. 이들 (외환시장, 자본시장) 제도 개선이 정착된다면 MSCI의 한국시장 접근성 평가는 크게 개선될 것이다.”
선진시장 인정받아야 한국 기업에 해외 투자금 몰린다
어째서 한국이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는 게 한국 경제의 성장과 발전에 그토록 중요하고 대단한 일일까요? 지수를 구성하는 한국 증시 개별 종목에 직접적으로 막대한 해외 자금이 유입될 것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김 애널리스트의 삼성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다양한 기관이 선진시장 승격 시 한국 시장으로 자금 순유입을 예상하고 있어요. 2021년 한국경제연구원은 18조~61조원, 2022년 자본시장연구원은 50억~360억 달러, 골드만삭스는 2023년 560억 달러를 자금 유입 추정치로 제시했어요. 보고서 관련 내용을 마저 인용해 볼게요.
“보통 MSCI 지수에 한국 주식이 새로 포함되면 외국인들은 이 주식을 순매수하는 패턴을 보인다. 펀드가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기 위해서는 지수의 변화처럼 펀드가 해당 주식을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략) 편입, 편출 종목에 대한 외국인 수급 영향은, 리밸런싱일이 속한 한 달 동안의 긴 기간에 걸쳐서 반영되는 편이다.”
MSCI 발표 자료 기준으로 신흥시장 지수 관련 명목 추종자금 규모는 2조 달러, 삼성증권이 추정하는 유효 추종자금 규모는 그 5분의1 수준인 400억 달러예요. 글로벌 자금 한국 유입액 기준으로 EM 유효 추종자금 중 한국 시장에 유입된 자금 규모는 지수 내의 한국 비중으로 추산할 때 470억 달러(약 60조원)가 되지요. 어떤 종목 하나가 이 지수에 1%p 비중으로 새로 편입된다고 가정하면 유입 기대 자금 규모는 1%p인 6000억원으로 계산할 수 있어요.
획기적 경제 효과는 단기간 내 나타나기 어려울 수도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실 선임연구위원도 작년 5월 발간한 이슈보고서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의 효과, 선결과제 및 시사점’을 통해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은 우리나라의 오랜 숙원과제로 우리 금융시장이 한 단계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어요.
이 보고서에 따르면 MSCI 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자금 규모가 2021년 6월 말 기준 16조3000억 달러(약 2경1350조원)에 달하고 이는 전체 글로벌 펀드 자산 규모 대비 30%에 이르는 수준이라고 해요. 전체 추종자금 중 액티브(적극적인 투자 운용으로 수익성을 추구하는) 자금이 11조8000억 달러(약 1경5456조원), 패시브(주가 지수 흐름을 추종하고 장기 투자로 변동성이 적게 운용하는) 자금이 4조6000억 달러(약 6025조원)라고 해요. 절대적인 액수는 액티브 자금이 크지만, 최근 글로벌 자산운용 시장에서 상장지수펀드(ETF)로 자금 유입이 급증해 이 패시브 펀드 투자금이 급성장하는 특징을 반영하고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이 연구위원은 한국이 선진시장 지수에 편입 시 긍정적 효과가 단기간 내에 획기적으로 나타나기 어렵고 지수편입과 무관하게 해결해야 할 선결과제도 적지 않다고 봤어요. MSCI의 시장접근성 기준에 대한 세부항목 평가 결과를 분석해 보니 “우리나라는 여타 신흥국과 대체로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으나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에 비해 개선필요 항목수가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선진시장으로 분류된 23개국의 경우 아일랜드와 스페인을 제외하면 개선사항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나 현재 우리나라 상황과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어요.
한국선 2024년 6월까지 금지한 ‘공매도’, MSCI ‘시장접근성’ 변수
윤석열 정부는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해 외국인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요. 은행 간 외환시장 거래 마감시간을 기존 오후 3시 30분에서 다음날 새벽 1시까지로 확대 운영하고 비거주자의 국내 은행 간 시장에 대한 직접 참여를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해요. 이 연구위원은 “역외 외환시장 개설이 그동안 국내에서 추진되지 못한 건 환율 변동성 완화, 외환시장 안정 쪽에 정책 우선순위를 뒀기 때문”이라면서, 이번 제도 개편을 계기로 “역외 원화외환시장을 개설해 선진국 수준의 외환시장 체계를 갖추고 중장기적으로 원화를 국제통화로 자리잡게 노력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어요. 이 밖에 국제관행에 부합하도록 외국인투자자 등록제도를 보완하고, 한국거래소의 지수사용권에 대한 합리적 대가 요구, 기타 주식시장 하부구조 개선도 필요하다고 언급했어요.
한국은 미비한 제도를 보완하면서 2024년 6월에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재도전할 수 있어요. 이때 MSCI의 관찰대상국이 되고, 이듬해인 2025년 6월까지 유지해서 지수 편입 대상 국가로 정식 발표되는 시나리오를 기대해 볼 수 있는데요. 그럼 실제 편입되는 시점은 내후년인 2026년 6월쯤이 될 거예요. 아무리 빨라도 윤석열 정부 임기 말이 되겠네요.
MSCI의 18가지 시장접근성 기준 중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부터 자금 회수에 이르는 과정까지 전반적인 효율성, 편의성을 평가하는 ‘운영체계의 효율성(efficiency of the operational framework)’ 항목에서 공매도 거래를 얼마나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느냐도 살필 수 있어요. 공매도 관련 제도의 명확한 규칙과 효율적 운영체계를 요구할 텐데, 지금 정부는 내년 6월까지 한시적이라고는 하지만 오히려 허용하고 있던 기존 공매도 거래 범위조차 좁혀 놓았지요.
그래서 지난 11월 정부가 취한 ‘공매도 금지’ 조치는 이런 구상에 부정적인 변수로 작용해요. 당시 이 조치로 정부의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실현이 어려워진 게 아니냐는 물음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수 편입 관련 여러 제도 개선 사항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답했죠. 지난 4일 윤 대통령이 단행한 개각으로 추 부총리 후임에 지명된 최상목 전 경제수석의 생각은 어떨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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