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금융권까지 상생금융 압박이 번지면서 카드사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업황 악화 속에서 2조원 규모의 상생안을 발표한 지 6개월도 지나지 않은 상황이라 추가 방안을 내놓을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카드사에 대한 상생금융 방안으로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리볼빙 등 대출 이자 인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6일 보험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이후 카드사와 상호금융, 저축은행과도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제1금융권에 이어 카드사 등을 대상으로 한 상생금융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일정은 조율 중에 있다"며 "보험사, 카드사,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이 모두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카드사 상생금융 방안으로는 리볼빙‧카드론 금리 인하와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거론된다. 정부의 상생금융 기조가 '서민의 이자부담 경감'에 초점이 맞춰져서다. 특히 취약차주가 주로 이용하는 리볼빙 서비스는 금융당국의 주요 타깃이다.
리볼빙은 신용카드 결제금액 중 일부만 먼저 내고 나머지는 나중에 갚을 수 있는 서비스다. 당장의 자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동시에 높은 이자율이 적용돼 향후 취약차주의 부채 부담을 키울 수 있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8개 카드사의 리볼빙 평균 수수료는 연 15.65~17.88%에 분포했다.
높은 이자에도 리볼빙 규모가 커진다는 것은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늘었다는 뜻으로, 서민경제의 적신호로 여겨진다. 지난달 카드사의 결제성 리볼빙 잔액이 7조5000억원대를 기록했다. 전달 대비 소폭 줄며 주춤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카드업계는 실적도 한파인 데다가 이미 2조원 규모의 상생금융안을 내놓은 상황이라 추가 방안을 검토하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올 3분기 8개 전업카드사의 합산 당기순이익은 7369억원으로 전년 동기 8626억원 대비 15% 줄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는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고 토로한다. 가맹점 수수료는 지난 2015년 말 개편 후 전반적인 인하를 겪었다. 가맹점의 신용·체크카드 수수료율은 꾸준히 내려가다 지난 2021년 말에는 연매출 3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에게 매기는 수수료 기준 0.5%까지 내려온 상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는 더 이상 내릴 수 없는 수준까지 왔다"며 "업황이 어려운데 2조원 넘는 상생금융 방안을 실천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 상생금융안을 논의하는 것은 상당히 큰 부담이 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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