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감산 연장을 시사하면서 세계 에너지 시장에 불확실성이 짙어졌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 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회원국들의 감산 동참 여부가 내년 유가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압둘라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4일(현지시간) 공개된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OPEC+의 원유 감산은 필요하다면 내년 1분기 이후에도 '틀림없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OPEC+는 지난달 30일 열린 회의에서 현재 실행 중인 매일 220만 배럴(BPD) 규모의 감산 정책을 내년 3월까지 연장키로 합의했다. 이 중 사우디는 절반에 가까운 100만 BPD의 감산을 실행하고 있다.
그는 OPEC+의 감산 정책은 적정한 시장 여건 하에서만 철회될 것이고, 철회 방식도 '단계적'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빈 살만 장관은 시장에서 제기된 OPEC+의 분열 가능성을 일축했다. 빈 살만 장관은 "정말로 220만 배럴의 감산이 이뤄질 것으로 믿는다. 감산 합의는 완전히 이행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원유 시장의 수요가 개선되고 있다며, 추가 감산 합의 이행에 의구심을 보내는 회의론자들이 틀렸다는 사실이 입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너지 시장에서는 이번 감산이 의무적 감산이 아닌 자발적 감산이라는 점과 OPEC+ 내부 분열이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이행 여부 가능성에 의혹이 제기됐다. 크레이그 얼람 오안다 증권 애널리스트는 "트레이더들은 OPEC+회원국들이 감산에 따르리라고도, 감산 규모가 (유가를 올릴 만큼) 충분하다고도 보지 않는다"며 "공식 약속이 없다는 것은 OPEC+ 내의 균열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나이지리아와 앙골라 등 아프리카 산유국은 감산에 반발하고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소극적 자세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유가는 OPEC+의 감산 소식에도 떨어지고 있다. 냐내년 1월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감산 소식 발표 전과 비교해 배럴당 75달러에서 73달러 선으로, 내년 2월물 브렌트유는 배럴당 82달러에서 78달러 선으로 내려왔다. 다른 산유국들이 감산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것이다.
내년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유가는 사우디를 제외한 다른 산유국의 원유 공급 상황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유럽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고, 주요 에너지 소비 국가인 중국의 경제 전망도 밝지 않다.
시장은 비OPEC 국가들의 원유 생산 능력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등 일부 원유 생산국은 OPEC+에 참여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OPEC+의 기조와 발맞추기보다 자국 이익에 맞춰 원유 공급을 조절한다. 미국은 지난 8월과 9월에 연달아 원유 생산량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사우디는 러시아와 감산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주 UAE와 사우디를 방문하고 "매우 중요한 협상"을 할 것이라고 러시아 타스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러시아와 사우디, UAE 모두 OPEC+ 주요 회원국들로 시장은 양국회담에서 감산 관련 논의가 오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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