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제 금값은 온스당 2000달러를 웃돌고, 대표적인 금 제품인 돌반지 가격은 40만원까지 치솟았다. 불안정한 경제 상황 속 안전자산인 금에 뭉칫돈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금값 사상 최고가 경신…"3000달러 갈 수도"
6일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 따르면 지난 3일(현지시간) 장중 한때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2136.36달러까지 올랐다. 이는 2020년 8월7일(2072.5달러) 이후 3년 4개월 만의 신고가다. 현재는 온스당 202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한국거래소(KRX)에서는 5일 기준 금 현물의 1g당 가격이 8만5690원에 거래를 마쳤다. 4일 장중으론 8만7910원까지 오르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KRX 금 시장이 2014년 3월24일 거래를 시작한 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이에 따라 금 1돈(3.75g) 가격은 36만6000원까지 상승했다. 10월28일엔 역대 최고치인 37만4000원을 찍기도 했다.
금값이 오르며 대표적인 금 제품인 돌반지 가격도 함께 비싸졌다. 현재 한국금거래소에서는 순금 돌반지 1돈이 39만4000원, 순금 돌팔찌는 40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온스당 2000달러를 넘어선 금 가격 랠리를 두고 일부지만 2500달러는 물론 30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며 "금리 안정에 따른 달러 약세 기대감 강화, 각종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 지연 등은 금 가격의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안전자산' 金 현물계좌 인기…금 계좌 절반은 30대 이하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다보니 금 관련 재테크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일반 투자자들이 KRX금시장에 투자하기 위해 시중 증권사에 개설한 금현물계좌 수는 올 상반기 105만개를 넘어섰다. 금현물계좌 수는 2021년 말 88만5000개, 2022년 말 98만6000개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금현물계좌 소유자 중 30대 이하 비중이 46%를 차지해 젊은 세대들이 금 투자에 관심을 크게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금현물 투자 방법에는 KRX금시장을 이용한 매매 외에도 금 실물 매매(금은방), 은행 골드뱅킹, 금펀드 등의 방법이 있다. 하지만 KRX금시장을 이용하는 것이 세금, 수수료 등의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거래 때마다 0.3% 안팎의 증권사 매매 수수료가 부과되기는 하지만 금 투자로 이익을 실현하는 경우 별도의 부가가치세나 배당소득세, 양도소득세 등이 붙지 않기 때문이다. 비과세 한도도 없다.
반면 금을 실물로 직접 살 때는 10%의 부가가치세가 붙고, 거래 수수료가 통상 5% 이상 부과된다. 은행 골드뱅킹과 금펀드의 경우 매매차익에 대해 15.4%의 배당소득세가 부과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금융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위험회피를 할 수 있는 안전자산인 금 투자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며 "KRX금시장은 낮은 비용으로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차익 비과세 혜택까지 누릴 수 있는 매매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금값 '사상 최고' 찍으니…'금현물 ETF'도 대박
최근 들어선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출시한 국내 유일 금 현물 ETF인 'ACE KRX금현물 ETF'의 순자산액은 지난 1일 1002억원으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말(427억원)과 비교해 140%가량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국내 상장 원자재 ETF의 평균 순자산액 증감률은 3.81%에 불과하다.
금 ETF의 빠른 성장은 개인 투자자의 관심 덕으로 풀이된다. 개인 투자자들은 올해 이 ETF를 249억원 순매수했다. 이는 전체 원자재 ETF의 개인순매수 평균 금액(20억원)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수익률도 순자산액 증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ACE KRX금현물 ETF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6.57%로, 원자재 ETF 평균(0.24%)보다 높았다. 3개월, 6개월, 1년 수익률은 각각 5.36%, 6.48%, 15.28%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운용본부장은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위안화 약세 전망에 따른 중국 내 금 수요 급증으로 금 가격이 최고치를 경신했다"며 "중국 내 주택시장 침체와 주식 부진 등에 따라 위안화 약세의 방어 자산인 금이 중국에서 재테크 수단으로 크게 각광받는 추세"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