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약시장 열기가 꺾이면서 시장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서울이지만 당첨 커트라인이 20~30점대로 뚝 떨어진 단지가 있는 반면,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알짜 단지는 최소 4인 가족 기준 만점 통장이 있어야 간신히 분양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내년에 ‘강남 3구’ 등 분양가 상한제 지역에서 분양물량이 대거 나오는 만큼 청약 시장 양극화가 더할 것으로 전망했다.
6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분양을 진행한 서울 도봉구의 '도봉금호어울림리버파크'는 84㎡C 타입에서 가장 낮은 당첨가점이 27점이었다.
지난 10월 강동구에서 분양한 '천호역마에스트로'의 경우 22점이 최저 당첨가점이었고, 4300가구 규모의 대단지인 동대문구 '이문아이파크자이'도 최저 당첨가점이 32점에 그쳤다.
이들 단지의 공통점은 고분양가 논란이 제기됐던 단지라는 점이다. 천호역마에스트로는 77가구 규모 소규모 단지임에도 전용면적 55㎡의 분양가가 13억원에 육박했다. 이문아이파크자이의 경우도 전용면적 84㎡ 분양가가 12억599만~12억1284만원(테라스하우스 3단지 제외)으로 책정돼 인근 아파트 분양가에 비해 2억원 이상 비쌌다.
이 같은 고분양가 흐름이 이어지면서 한동안 높은 분양가에도 완판 행진을 이어가던 분위기에 급제동이 걸렸다.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으로 자금 마련이 어려워지면서 청약 열기가 한풀 꺾였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직방에 따르면 서울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은 지난 9월 77 대 1에서 지난달 24.8 대 1로 하락했다. 전국 1순위 청약 미달률(전체 공급 가구 대비 청약 미달 가구 수)은 9월 10.8%에서 10월 13.7%로 확대됐다.
반면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알짜 단지는 상반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2일 당첨자를 발표한 송파구 문정동 '힐스테이트 e편한세상 문정'의 경우 최고 당첨가점이 6인 가족 기준 만점인 79점이 나왔다. 청약 가점 최고점인 84점에서 불과 5점 모자란 점수였다. 해당 단지의 최저 가점도 전용면적 49㎡를 제외한 모든 평형에서 최저 당첨 가점은 69점 이상을 기록했다. 69점은 4인 가구가 받을 수 있는 최고점이다. 해당 단지에 당첨될 경우 최대 3억원의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만큼 고가점 통장이 쏟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분양가 상한제 지역은 아니지만 시세차익이 2억원가량으로 추산됐던 광진구 자양동 '롯데캐슬 이스트폴'에서도 지난 8월 분양 당시 79점 통장이 등장했고 최저 당첨가점은 67점으로 4인가구 만점에 근접한 점수였다.
수도권 분양시장도 비슷한 흐름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경기도 파주시 '운정신도시 우미린 더센텀'은 최저 당첨 가점이 64점에 달했지만, 수도권 비인기 단지에선 미달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점이 높은 통장 소유자들이 내년 강남3구 분양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며 청약 가점 양극화는 더 심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투기과열지구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에서 30평형대 이상은 여전히 가점제 물량이 70~80%를 차지한다. 김웅식 리얼투데이 리서치연구원은 "내년 강남 3구에서 적어도 7~8개 단지가 나올 예정인 가운데 서울 1순위자 상당수가 강남 3구 분양을 노릴 가능성이 크다"며 "내년부터 서울 시내 신규 입주와 분양이 모두 크게 줄어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분양 가격이 당분간 청약 성적표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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