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범람의 시대를 맞아 한껏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부응하기 위해 '고퀄' 콘텐츠를 제작 경쟁이 치열하다. 디스플레이 업계도 이를 주목하고 있다. 고사양 사이니지 기술을 활용한 'LED월(Wall)' 중심의 버추얼 프로덕션(virtual production) 산업이 뜨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디스플레이 양강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관련 제품을 선보이며 기술력 경쟁을 펼치고 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드라마나 영화, 공연 영상 등에서 버추얼 프로덕션 스튜디오 제작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버추얼 프로덕션 스튜디오란 쉽게 말해서 LED월을 사용해 컴퓨터그래픽(CG) 요소가 필요한 장면을 촬영하는 공간이다.
과거 CG 작업이 필요한 촬영을 하기 위해서는 배우들이 초록색 크로마키(Chroma-key) 앞에서 장면을 상상하며 연기해야 했다. 하지만 버추얼 프로덕션 스튜디오에서는 대형 LED월을 통해 실제 배경과 함께 연기한다. 배우가 직접 움직이는 배경 화면을 보며 연기할 수 있기 때문에 연기 몰입도를 높일 수 있고, 촬영 기술이 높아짐에 따라 보다 자연스러운 특수효과 사용도 가능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각각 '더 월(The Wall)'과 'LG 매그니트(MAGNIT)'를 제품을 선보이며 마이크로 LED 기반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LED월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더 월은 지난해 7월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CJ ENM 스튜디오 센터의 ‘VP 스테이지(Virtual Production Stage)’에 세계 최초로 탑재됐다. 스튜디오를 꾸릴 때부터 삼성전자와 CJ ENM이 협력해 영상 촬영에 가장 최적화된 형태를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VP 스테이지는 대형 마이크로 LED 스크린으로 꾸민 버추얼 스튜디오다. 벽면 360도와 천장 모두가 더 월로 꾸며졌다. 이곳에 설치된 더 월은 가로 32K·세로 4K(3만720x4320)의 초고해상도를 구현하며, 지름 20m·높이 7m·대각선 길이 22m에 달하는 초대형 디스플레이가 약 1650㎡ 규모의 스튜디오 전체를 타원형으로 감싸는 형태로 제작돼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한다.
천장에는 약 404㎡ 면적의 고화질 LED 사이니지를, 입구 쪽에는 천장과 동일한 스펙의 슬라이딩 LED 스크린을 설치해 360도 영상과 같이 실감 나는 촬영 환경을 지원한다.
CJ ENM에 따르면 최근 방영된 티빙의 오리지날 콘텐츠 '운수오진날'을 비롯해 영화·드라마·광고 촬영 등에 해당 스튜디오가 사용되고 있다.
LG전자의 LG 매그니트는 지난 5월 신제품을 선보이며 글로벌 시장 출시를 알렸다. 화소가 하나하나가 스스로 빛을 내는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의 화질을 기반으로 스튜디오 촬영 환경을 고려한 맞춤 기술들을 대거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디스플레이 표면에 블랙 코팅을 입혀 내구성이 강할 뿐 아니라 철거 및 재설치가 필요한 촬영 환경에 적합하다.
LG전자는 지난해 국내 메타버스 플랫폼 기업인 브이에이코퍼레이션(VA Corporation)과 손잡고 경기도 하남시에 위치한 브이에이스튜디오 하남에 공동 R&D센터를 열기도 했다. 양사는 이곳에서 ICVFX(In-camera Visual effects)에 최적화된 LED월 공동 개발 및 버추얼 스튜디오 구축 협업을 진행 중이다.
이 같은 LED월 경쟁이 시작된 까닭은 해당 시장의 성장성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페리컬인사이트앤컨설팅에 따르면 지난 2021년 21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된 글로벌 LED비디오월 시장 규모는 2030년 475억달러로 2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스페리컬인사이트앤컨설팅은 리포트를 통해 "미디어 및 광고, 엔터테인먼트, 공항·철도, 운송, 의료, 상업용 전자 제품 등 다양한 산업에서 LED 비디오월 채택이 증가하는 것이 주된 성장 요인으로 꼽힌다"며 "AI·머신러닝·빅데이터 등 신기술의 등장으로 새로운 콘텐츠 유통 기술이 개발되면서 LED비디오월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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