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3000원에 해장국 못 먹지"
6일 탑골공원에서 기자가 만난 70대 송씨는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날 높은 미세먼지 농도 탓에 야외 공기 질이 좋지 못함에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일대에는 많은 어르신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서울 지역 내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인천, 경기에서도 어르신들이 지하철까지 타며 이곳까지 온 이유. 한끼 식사를 하고 여가 생활을 해도 1만원 이내에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중 대표 먹거리 지표인 외식 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4.8%로, 전체 평균을 30개월 연속 웃돌고 있습니다. 지난달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선 1만원으로 서울에서 사 먹을 수 있는 메뉴가 단 4개(김밥 3254원, 자장면 7069원, 김치찌개 백반 7846원, 칼국수 8962원)뿐이라고 밝혀 많은 이들을 기함하게 만들기도 했죠.
하지만 서울 종로구 도심 한복판이자 기자가 찾은 어르신들이 주로 찾는 탑골공원 인근은 달랐습니다.
6일 탑골공원에서 기자가 만난 70대 송씨는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날 높은 미세먼지 농도 탓에 야외 공기 질이 좋지 못함에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일대에는 많은 어르신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서울 지역 내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인천, 경기에서도 어르신들이 지하철까지 타며 이곳까지 온 이유. 한끼 식사를 하고 여가 생활을 해도 1만원 이내에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중 대표 먹거리 지표인 외식 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4.8%로, 전체 평균을 30개월 연속 웃돌고 있습니다. 지난달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선 1만원으로 서울에서 사 먹을 수 있는 메뉴가 단 4개(김밥 3254원, 자장면 7069원, 김치찌개 백반 7846원, 칼국수 8962원)뿐이라고 밝혀 많은 이들을 기함하게 만들기도 했죠.
하지만 서울 종로구 도심 한복판이자 기자가 찾은 어르신들이 주로 찾는 탑골공원 인근은 달랐습니다.
해장국 3000원, 통닭 5000원...추억의 자판기 커피 단돈 '200원'
60년 전통의 한 국밥집. 명MC이자 방송인 고(故) 송해씨의 단골집으로도 유명한 이곳에선 우거지 해장국 한 그릇을 단돈 3000원에 팔고 있습니다. 식당 앞에서 만난 이씨(77)는 "교통이 편리해 친구들과 만나기에도 좋다"며 "일주일에 1~2번은 오는 편"이라고 했습니다. 국밥 한 그릇에 500원 하던 시절부터 이곳을 찾은 단골이라고 밝힌 송씨(75)는 "(이 집은) 심지어 두 달 전까지만 해도 500원 더 쌌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탑골공원 근처 락희거리 내 어르신들이 많이 보이는 음식점 4~5곳을 살펴보니 해장국은 3000~4000원, 통닭(1마리)은 5000원에 팔고 있었습니다. 추억의 맛으로 유명한 자판기 커피 가격은 200원이었습니다.
어르신들이 또 많이 모여 계신 곳은 바로 락희거리 끝에 위치한 낙원 악기상가 건물 4층 '실버영화관'입니다. 2009년 개관한 이곳에선 55세 이상 성인은 2000원으로 영화를 볼 수 있습니다. 이날 낮 영화를 관람하러 온 한 어르신은 "일주일에 2번이나 이곳을 찾는다"며 "할아버지라 갈 데가 없어"라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여기서 영화 보고 친구랑 5000원짜리 통닭을 먹으러 갈 예정"이라며 기자에게도 맛있다며 추천해 주는 모습은 젊은 세대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익명을 원한 또 다른 어르신은 "어렸을 때 영화를 즐기지 못했다"며 "지방에서 두 달에 한 번씩 올라와 2~3편을 연달아 보고 간다"고 했습니다.
실버영화관 한 직원은 "코로나 때 잠시 주춤했다가 요새 월요일마다 공연을 하면서 어르신들이 많이 찾아주신다"며 많을 땐 하루 200명 정도 방문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실상 수익 보단 봉사 차원에서의 운영이라고 귀띔해준 이 직원은 "어르신들을 위한 공간이 없다 보니 이 가격을 지키게 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지방에서 두 달에 한 번씩 올라와 영화 2~3편 본다...한편 2000원 '실버영화관'
어르신들은 일상에서 꼭 빠뜨릴 수 없는 이발도 탑골공원 인근에서 하고 있었습니다. 남성 커트 평균 가격이 1만2000원인 요즘 이발도 6000원, 염색도 6000원인 락희거리 내 이발소 ‘스타이발관’을 찾아가 봤습니다. 이곳을 운영하는 50대 정씨는 "10년 전부터 운영 중"이라 밝힌 뒤 "처음 운영 당시엔 3500원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정씨는 "가게 운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가격은 올렸지만 여전히 다른 지역보다 저렴해서 어르신들이 많이 찾아주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탑골공원에서 만난 많은 어르신들의 일정은 대부분 비슷했습니다. 저렴하지만 든든한 국밥으로 속을 채우고 실버영화관을 찾아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또 오랜만에 이발소에서 머리를 자르거나 친구들과 치킨 한 마리 놓고 일상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OECD 회원국 중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고, 노인 빈곤율 역시 압도적 1위라는 우리나라. 고물가에 ‘인플레이션’이 없는 유일한 동네로 떠오르고 있었지만 많은 이들이 여생을 보내기엔 턱없이 부족한 장소들이 마음에 쓰였습니다. 언젠가 모두 ‘노인’이 될 텐데, 그때는 좀 더 나아질 수 있을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