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2020년 9월 22일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 공무원인 이대준씨가 서해 연평도 인근에서 실종된 후 북한군에게 피살되고 시신이 해상에서 소각된 사건이다.
감사원의 이날 보도자료에 따르면 전임 정부 당시 국가안보실, 해양경찰, 통일부,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 관계 기관은 이씨가 사망하기 전부터 사실상 손을 놓고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위기관리 컨트롤타워인 안보실은 2020년 9월 22일 당일 오후 북한 해역에서 서해 공무원이 발견됐다는 사실을 합동참모본부로부터 보고받고도, 통일부 등에 위기 상황을 전파하지 않고 '최초 상황평가회의'도 하지 않았다.
당시 국가위기관리센터장은 북한이 서해 공무원을 구조하면 상황 종결 보고만 하면 되겠다고 판단했다. 상황이 종료되지 않았는데도 오후 7시 30분께 조기 퇴근했으며, 서훈 안보실장도 조기에 퇴근했다. 해경은 당일 오후 6시쯤 안보실로부터 정황을 전달받았지만, 보안 유지를 이유로 추가 정보를 파악하지 않고 국방부 등에 필요한 협조 요청도 하지 않았다.
통일부 납북자 관련 대북정책 총괄 부서장인 A 국장은 국정원으로부터 정황을 전달받아 서해 공무원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고 파악했으나 장·차관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규정에 따른 조치도 하지 않고 이씨 무사 여부를 파악하지 않은 채 당일 밤 퇴근했다.
합참 역시 당일 오후 4시 대에 정황을 확인하고도 '통일부가 주관해야 하는 상황으로, 군에서는 대응할 게 없다'고 국방부에 보고하고 손을 놨다. 또한 국방부는 합참의 보고를 받고도, 대북 전통문을 발송할 필요성이나 군에서 가능한 방안을 검토하지 않고 안보실에 건의도 하지 않았다.
또한 감사원은 이씨가 북한군에게 피살·소각된 이후부터는 관계 기관들이 사실을 덮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자료 등을 삭제·왜곡하며 '자진 월북'으로 몰아갔다고 밝혔다.
9월 23일 새벽 1시에 개최된 관계 장관회의에서 안보실이 이씨 시신 소각 사실에 대한 '보안 유지' 지침을 내리자 국방부는 오전 2시 30분께 합참에 관련 비밀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통일부가 실제로 사건을 최초 인지한 시점은 국정원으로부터 전달받은 9월 22일 오후였지만 국회와 언론 등에는 23일 새벽에 열린 관계 장관회의에서 최초로 인지했다고 거짓으로 알렸다.
국방부, 국정원, 해경도 모두 '자진 월북' 방침이 사실과 다르다고 파악했으나 그 방침을 따랐다. 국방부와 국정원은 시신이 소각됐다는 점을 알고도 '소각 불확실' 또는 '부유물 소각'이라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정부는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내용을 여러 차례 대국민 발표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사실과 다른 내용일 뿐만 아니라 피해자인 이씨의 사생활까지 부당하게 공개했다"고 비판했다.
감사원은 위법·부당 관련자 13명에 대한 징계·주의를 요구하고, 공직 재취업 시 불이익이 되도록 기록을 남기는 인사 자료 통보를 조치했다. 특히 13명 중 주요 인사에는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러한 감사 결과는 지난해 10월 중순 발표한 중간 감사 내용을 최종 확정한 것이다. 감사보고서 원문은 국가 보안상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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