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도부, 중진의원, 혁신위가 혁신안 '중진 용퇴론'을 놓고 갈등 양상을 빚었던 만큼 혁신위의 조기 해산이 이른바 '윤심(尹心)의 승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로 인해 '건전한 당정관계'를 숙제로 출범했던 혁신위가 결국 조기 해산하면서 당 내서는 '이대로 총선은 힘들다'는 성토도 제기되고 있다.
혁신위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회의를 하고 "사실상 오늘 혁신위 회의로 (혁신위 활동을)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26일 출범 이후 42일 만이다. 당초 혁신위 운영기간은 이달 24일까지였으나, 당 지도부가 일부 혁신안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동력을 상실한 혁신위가 약 2주 앞당겨 해산한 것이다.
혁신위는 11일 당 최고위원회에 활동 종료를 보고하기로 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월요일(11일) 보고로 혁신위 활동은 다 종료가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기현 당 대표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혁신위가 끝나기 전 개각을 일찍 단행해 좋은 후보들이 선거에 나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셔서 대통령께 감사한 마음 표현한다"고 했다. 이어 김 대표를 향해 "혁신위원장을 맡게 되는 기회를 주고 정치가 얼마나 험난하고 어려운지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많이 배우고 나간다"고 덧붙였다.
인 위원장은 혁신위 성과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국민이 뭘 원하는지 잘 파악해서 50%는 성공했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나머지 50%는 당에 맡기고 기대하면서 좀 더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인 위원장은 안철수 의원을 찾았다.
인 위원장의 요청으로 성사된 만남에서 이들은 이번 총선서 △과학기술인재 발굴과 공천△대한민국 대통합 △당 지도자의 정치적 희생 등을 주제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은 앞서 혁신안에 대한 당 지도부의 빠른 결단을 여러 차례 요구한 바 있다.
당 내부에선 혁신위의 조기 해산이 총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국민들 입장에선 (혁신위 해산이) 윤심 세력 경쟁에서 밀려난 것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다"며 "혁신위가 보궐선거 패배로 들어섰기 때문에 계속 당정 관계가 거론됐는데, 이 부분에 대한 혁신안은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 국민의힘 보좌진은 "대통령 지지율도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당내 구심점이 없어 이대로는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토로가 실무진 사이에선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