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종류도 다양하고 바로 끓여 먹을 수 있네요. 같이 먹을 수 있는 간편식도 많아서 좋은 것 같아요”.
지난 7일 방문한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 상상마당 앞 CU 홍대상상점은 점심 시간이 지난 오후 2시쯤에도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일명 '라면 라이브러리'라고 불리는 이곳은 라면을 직접 제조해 먹을 수 있도록 특화해 새로 오픈한 편의점입니다. 이곳은 외국 관광객을 포함해 2030세대 소비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국내 유통업계는 최근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MZ세대와 외국인을 타깃으로 한 라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CU 홍대상상점이 그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업계는 라면으로 특화매장은 물론, 팝업스토어 등도 열어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라면 수출액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들어 10월까지 라면 수출액은 7억8525만 달러(약 1조350억원)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년도 10월까지 수출액인 6억2981만 달러(약 8220억원)보다 24.7%가량 증가한 수치입니다. 올해 라면 수출액은 한해가 다 가기도 전에 1조를 넘어섰습니다. 라면 수출액이 한해 1조 이상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곳에서 이용객들은 여러 종류의 라면을 살펴본 뒤 하나를 골라 조리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도시락 용기에 면과 수프를 넣고 라면 조리대에 올리기만 하면 되는 단순한 과정이지만 소비자들은 즐거운 표정입니다. 날계란 등 곁들일 수 있는 편의점 식품도 추가하는 등 라면 제조가 가능한 특화 매장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다양한 국적의 손님들도 새로 생긴 이 매장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20대인 임수빈씨는 "인스타그램 피드에 이런 편의점이 있다는 게시물이 올라온 걸 보고 알게 돼 찾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20대 이수호 씨는 "평소에 안 먹어본 매운 라면을 골랐다"며 "앞으로는 태국이나 베트남, 일본 라면 등 처음 먹어본 라면들도 먹어보려고 한다"고 했습니다.
한 25세 호주 재외교포는 "호주의 편의점에서는 일부 종류 라면, 담배 등만 판다. 편의점 내부에 조리할 수 있는 시설이 없다"고 말하며 "한국 라면을 자주 먹긴 했지만 이렇게 편의점에서 조리해 먹어본 건 처음이다. 앞으로도 자주 찾을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이 특화 매장은 개점 후 약 일주일간 라면 매출이 일반 매장 평균에 비해 약 5배 정도 높았습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매장을 연 지 얼마 안 돼서 현재까지는 고객 반응과 매출 동향을 살피는 상태”라며 “충분히 검토 후 관련 매장을 2호, 3호점까지 확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식품업체는 팬데믹 이후 스스로 팔을 걷어붙이고 팝업스토어 등을 통해 라면과 국내 소비자와의 접점을 찾아 나섰습니다. 삼양식품은 지난 10월 10일간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습니다. 2023년 라운드 행성과 스퀘어 행성이 충돌한 후 119번째 원소 ‘삼양라며늄’이 만들어졌다는 특이한 콘셉트로 기획된 이곳은 약 5000명의 고객이 찾으며 성황리에 마무리했습니다. 농심 역시 지난 1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대표제품 '신라면'을 주제로 팝업스토어를 진행했습니다.
다만 이같은 오프라인 마케팅이 단기간에 라면 매출 증대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은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입니다. 식품업계는 “팝업스토어 등이 짧은 시간 내 매출을 끌어올리는 효과는 없다”면서도 “2030세대, 더 나아가 10대까지 고객층을 넓히려는 시도”라고 바라봤습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보통 라면도 잘 팔리는 제품만 매대에 올려놓는데, 팝업 등 행사를 하면 유통 채널이 넓지 않은 제품을 소비자에게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며 “이런 팝업이나 특화 매장이 많아진다면 인기 없거나 판매량이 많지 않은 제품도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코로나 시기, 해외로 눈을 돌리며 가시적인 수출액 증가라는 성과를 이룬 한국 라면. 이제는 본진인 국내 매출에 더욱 신경쓰며 다채로운 시도와 함께 다양한 식품으로 이곳 저곳에서 소비자들을 만나며 입맛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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