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저축은행 사태를 반성하고 '오늘 밤도 당장 일을 하러 나간다'는 '파이트 투나잇(Fight tonight)'의 자세로 임하겠다. 실리콘밸리은행(SVB)과 크레딧스위스(CS) 사태를 교훈 삼아 금융시장 불안 조짐 발생시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도록 예금 동향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도 구축하겠다."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8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예금보험공사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SVB·CS의 교훈…신속정리제도 도입의 필요성
올해 불거진 SVB·CS 사태를 통해 금융권에는 순식간에 대규모의 예금이 빠지는 '디지털 뱅크런' 위기가 새롭게 다가오고 있다. 예보 입장에서는 이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신속한 부실금융사 정리제도를 수립할 필요성이 대두된 셈이다.
유 사장이 "과거와 달리 뱅크런은 순식간에 일어나는데 금융사 정리가 몇 달씩 걸리면 되겠느냐는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며 "30년 전 IMF 외환위기 당시 만들었던 금융사 정리제도를 정부당국과 상의해 내년부터 새롭게 탈바꿈하려 한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SVB의 경우, 주말 사이 정리 방침이 결정되고 의사결정까지 빠르게 이뤄졌다"며 "신속하게 회사를 정리함으로써 시장의 안정을 도모할 방안을 힘 있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예보는 위기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대응훈련을 연 1회에서 분기별로 확대했다. 한국은행과는 스트레스 테스트 훈련을 진행했고, 금융감독원과 예금 이동에 관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예금보험 3.0' 설계…사전 금융위기 예방
저축은행 특별계정이 2026년,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기금이 2027년 종료를 앞둔 만큼 유 사장은 올해부터 선제적으로 '예금보험 3.0'을 추진 중이다. 새로운 금융 상품이 계속 출시되는 상황에서 예금보험 제도를 어떻게 작동시키고 변화시킬지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조금 더 넓은 예금보험제도가 비전 중 하나"라며 "국민 금융자산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 예금자보호라면, 특정 예금에 한정한 서비스로 운영할지 아니면 전체적인 국민 복지를 생각해서 할지는 하나의 선택지이기 때문에 연구용역으로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5000만원으로 설정된 예금보호한도를 상향하는 계획은 행정부의 공으로 돌렸다. 올해 새마을금고 사태 등을 겪으며 예금보험한도를 1억원으로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지만 국회, 학계 등에서 소비자 비용 전가, 2금융권 쏠림 등을 우려해 현행 수준을 유지하는 쪽으로 일단락됐다.
유 사장은 "국민의 관심과 학계·언론·업계의 의견을 검증하는 기회가 됐다는 점에서 올해 국회 논의 과정은 의미가 있었다"며 "예금보험한도는 시행령으로 조정이 가능한데, 그전에 입법부를 통해 논의의 과정을 거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여건 변화에 따라 정책당국이 내년과 후년에 이 문제에 대처해 나가면 예보는 준비된 상태로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