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 기업은 원가 5000원짜리 제품에서 인건·전력·시설·유통비를 제외하고 최소 6000원에 팔아야 마진이 난다. 최근 A 기업은 수익을 내기 어려운 수준은 아닌가 고심할 수준으로 가격을 내렸다. 민간 기업임에도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제품을 만들다 보니 '공공성'을 운운하는 정부 규제 강도가 더 심화했기 때문이다. 규제에 이골이 난 A 기업은 이제는 생존을 위해 새 먹거리 발굴에 비용을 쏟아붓고 있다. 영업이익은 계속해서 줄어들지만, 사업을 접을 수도 별다른 대안도 마땅찮아서다.
이는 요즘 국내 이통사가 처한 상황을 함축적으로 구성해본 이야기이자, 업계 분위기를 나타낸 것이다. 정부의 이통사에 대한 규제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 정부가 선거철을 앞두고 금융권과 통신업계를 기득권으로 매도한 것은 오래된 역사다. 문제는 그 수준이 업계가 받아들이기 버거울 수준으로 노골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1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통신비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이동통신사를 '기득권과 이권 카르텔'이라 거론한 후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나온 결과다. 완화 방안에 따르면 5세대 이동통신(5G) 단말기로 롱텀레볼루션(LTE) 요금제에 가입하거나, LTE 단말기로 5G 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다. 3만원대 5G 요금제 최저구간 신설·소량 구간은 세분화했다. 이전에도 △보편요금제 도입 △기초연금수급자 요금감면 △가입자 재약정 위약금 유예 등 통신비 인하 정책은 지속했지만, 이번처럼 직접적이고 구체적이지는 않았다.
정부는 기업 이윤 추구를 나쁘다고 비판한다. 학계와 경제계 일각에서는 기업 이윤 추구에 대한 맹목적인 비판은 존재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우려를 표한다. 통신비 1만~2만원 인하가 국민 고정비 부담 완화에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견해도 낸다. 하지만 정부 방향성은 일관적이다. 이통사가 기지국 설치·홍보 등 5G 회선에 들인 비용을 거둬들이려면 5G 요금제를 좀 더 올려야 하지만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이유다.
미국 이통사들은 내년에도 5G 가격을 올릴 예정이다. 미국 통신전문지 라이트리딩의 지난 8일자 보도에 따르면, 미국 5G 통신사들은 지난 1년간 가격과 수수료를 꾸준히 인상했고 내년에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근거는 미국 주요 통신사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이다. 우선 AT&T CEO인 존 스탠키가 최근 투자자 행사에서 "(5G) 가격을 인상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같은 행사에서 미국 최대 통신사 버라이즌 CEO 한스 베스트베리는 2022년만큼 올리지는 않겠지만, 가격은 인상한다는 기조를 밝혔다.
가격 인상 이유는 5G 스펙트럼과 장비에 수십억 달러를 지출했음에도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수익이 늘지 않았다는 것. 더 중요한 대목은 운영자들이 가격을 인상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는 점이다. 이들이 발견한 건 가격을 올려도 고객은 불만 없이 받아들였고, 다른 업체로 갈아타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요 원인은 스마트폰이 현대 미국 생활의 필수적인 부분이 됐기 때문에 높은 가격에 대한 가입자 거부감이 높지 않은 것으로 해석됐다.
미국 3대 통신사는 요금제를 올렸으나 고객 이탈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아 내년도 사용자당 평균수익(ARPU)이 완만하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국내 이통사 전망은 올해와 비슷하거나 조금 좋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영업이익률은 갈수록 하락 추세다. 지난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영업이익률은 각각 9.32%, 6.59%, 7.78%다. 10년 전 10%대 후반을 기록했던 기업 실적이 강산이 한번 변하자,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반면 버라이즌과 일본 KDDI는 아직도 20%대를 넘나들고 있다.
미국 통신사가 5G 요금을 올린다는 사실이 국내 이통사가 5G 요금을 올릴 명분이 되지는 않는다. 다만 들인 비용보다는 좀 더 거둬들여야 새로운 투자가 가능하다는 기업의 고전적인 생존 방식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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