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란의 배터리 아틀라스] 로봇부터 UAM까지…모빌리티의 미래 속 배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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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란 기자
입력 2023-12-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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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의 혁신'이 가속되면서 배터리 시장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니라 항공과 로봇 영역에서도 전동화 전환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배터리 업계가 미래 먹거리로 '도심항공모빌리티(UAM)'과 로봇을 점찍고 사업 역량을 키우는 이유다. 
 
배터리 월드 2023 사진SES
배터리 월드 2023 [사진=SES]

미국 리튬메탈배터리 업체 SES는 13일 '배터리 월드 2023'을 통해 UAM 배터리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SES 측은 현재 주요 배터리 업체들이 육상용 전기차에만 집중하는 만큼, 이 시장에서만큼은 선두 주자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SES는 주요 투자사인 현대자동차와 UAM 배터리 개발에 나선다. 현대차 UAM 독립법인 슈퍼널은 내년 미국에 전기 비행 택시 공장을 설립할 예정으로 UAM 사업 준비에 한창이다.
 
한화시스템과 오버에어가 공동 개발한 UAM도심항공교통 기체 버터플라이 사진한화시스템
한화시스템과 오버에어가 공동 개발한 UAM(도심항공교통) 기체 '버터플라이' [사진=한화시스템]

올해부터 국내에서 UAM 실증 사업이 시작되자, 한국 업체들도 관련 사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올해 1월 LG에너지솔루션과 한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하는 UAM에 탑재될 경량형 배터리를 공동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업계가 주목하는 건 리튬금속을 음극재로 사용하는 리튬메탈배터리다. 기존의 흑연·실리콘 음극재보다 가벼울 뿐만 아니라 에너지 밀도도 높아 UAM에 적합하다고 평가받기 때문이다. 하늘 위를 날아야 하는 드론 택시 특성상 최대한 가벼워야 한다. 또 상공에서는 충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1회 충전으로 갈 수 있는 주행거리가 길어야 유리하다.

에너지밀도란 1kg의 전지에 담는 에너지양으로, 에너지밀도가 높을수록 전기차의 주행거리도 길어진다. 실리콘 음극재는 g당 최소 400밀리암페어(mAh)인데 리튬메탈 음극재는 3800mAh로 10배 수준이다. 
 
사람 대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자율주행 로봇 [사진=로보티즈]
사람 대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자율주행 로봇 [영상=로보티즈]

최근에는 로봇용 배터리라는 새 시장이 열리기도 했다.  로봇에 '발'이 달리면서다. 기존 산업용 로봇은 고정된 상태에서 쓰이기 때문에 외부 전원에서 전기를 끌어다 쓸 수 있었다. 그러나 자율주행 로봇은 서빙을 하거나 배달을 나가는 등 실내외를 오가야 하기 때문에 내장형 배터리가 필요하다. 

국내 자율주행 로봇은 이제 막 시작하게 됐다. 지난달 17일 시행된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지능형 로봇법) 개정안을 통해 로봇의 실외 이동이 법적으로 허용되면서다. 그간 실증 사업으로 만족해야 했던 로봇 기업은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게 됐고, 로봇 생산량이 많아지면서 배터리 업체도 새 수요처가 생기게 됐다. 

국내 로봇 배터리 업체인 로보티즈는 당장 내년부터 자율주행 로봇 수요가 늘 거라는 판단에 연간 1000~1500대의 양산 체제를 갖춰놨다. 로보티즈는 현재 삼성SDI의 배터리를 쓰고 있어, 삼성SDI의 로봇용 배터리 매출도 덩달아 늘 전망이다. 

배터리 업체들은 이러한 '틈새 시장' 발굴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최근 주요 수요처였던 전기차 시장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그간 배터리 업계는 리튬메탈 등 하이엔드용 배터리에 많은 돈을 투자해 왔지만 전기차 업체의 전략 수정으로 역풍을 맞게 됐다. 

내연기관차보다 30%가량 가격이 비싼 전기차 수요는 주춤하는 추세다. 경기 침체와 고금리로 자동차 구매 심리가 얼어 붙었기 때문이다. '고성능 전기차'에 집중하던 완성차가 보급형 전기차로 선회한 배경이다. 불황의 늪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저렴한 전기차를 내놓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전기차 트렌드 변화에도 배터리 업계가 하이엔드와 보급형 배터리라는 투트랙 전략을 가지고 가는 이유는 새로운 모빌리티에 대한 수요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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