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13일 김기현 당대표의 전격적인 사퇴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돌입하게 됐다. 김 대표가 이틀간 장고를 마치고 사퇴를 결심함에 따라 국민의힘 혁신에 '트리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친윤(친윤석열 대통령) 핵심 장제원 의원 불출마 선언(12일)-김기현 대표 사퇴 선언(13일)에 이어 당내 주류 세력들이 잇따라 불출마 혹은 이른바 험지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정치권에 따르면 김 대표는 오전 이준석 전 대표를 만나 1시간가량 거취를 논의한 후 오후 5시께 사퇴 의사를 발표했다. 김 대표가 오후 4시께 다음 날로 예정된 최고위원회 회의를 돌연 취소하자 그가 사퇴를 결정했다는 소문이 당내에서 돌았다.
이 전 대표는 "탈당에 앞서 김 대표를 한번 만나겠다고 했고, 그 연장선에서 만난 것"이라며 "상황이 이렇게 돼 자연스럽게 김 대표 거취 관련 대화를 주로 나눴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오는 27일 국민의힘을 탈당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한 상태다. 이 전 대표는 "김 대표가 무슨 고민을 하고 있는지 확실히 알게 됐고, 나름대로 조언도 드렸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전날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용산에는 한마디도 못하면서 김 대표에게 린치하는 당신들, 정말 싸가지 없다"고 작심 비판한 바 있다. 그러면서 "난감한 혁신위원장 들여서 받을 수도 없는 혁신안을 갖고 실랑이하느라 더 이상 대표직을 수행하는 게 어려워진 게 맞다"고 김 대표 편을 들었다.
김 대표는 전날부터 이 전 대표 등 당 내외 인사들을 만나 거취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는 후문이다. 김 대표는 전날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연탄나눔 봉사활동에 불참한 데 이어 이날도 국회에 출근하지 않았다. 당 정책의원총회도 돌연 취소했다. 다음 날로 예정된 최고위원회 회의도 열리지 않는다고 통보했다. 공식적인 자리에 나서면 언론의 주목을 받는 만큼 '통상 업무'로 표시하며 잠행을 이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사퇴 서류를 기획조정국에 제출하고, 이를 선거관리위원회에 내면 당직을 잃게 된다"며 당 대표 권한은 바로 원내대표가 행사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제 공은 비상대책위원회로 넘어갔다. 당 안팎에서 김 대표가 사퇴 결정을 내리기 전부터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마땅한 카드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에 빨리 비상위 체제에 돌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홍문표 의원은 "지금 체제를 빨리 수습하기 위해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대행 체제를 유지하면서 공관위를 구성하든가 아니면 전면 비대위를 구성할지를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위원장으로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는 김 위원장이 전권을 부여받는 조건으로 비대위원장직을 맡아 당이 처한 위기 상황을 정면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비대위 출범 이후로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천관리위원장 발표가 당초 15일에서 30일 전후로 연기됐다. 윤 대통령이 네덜란드 국빈 방문 등을 마친 뒤 귀국하고 나서 진용을 갖춰 내년 22대 총선을 위한 공천관리위원장 임명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공관위를 띄울 예정이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는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안대희 전 대법관,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등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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