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가 14일(이하 현지시간) 전기차 보조금 개편 적용 리스트를 공개했다. ‘프랑스판 IRA(미 인플레이션 감축법)’로 통하는 이 개편안은 사실상 중국산 전기차를 프랑스에서 밀어내는 게 골자다. 유럽연합(EU)은 급성장하는 중국 전기차 산업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를 진행하는 등 자국 전기차 시장을 보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개편안은 전기차 생산 및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에 따라서 자동차당 최대 7000유로(약 1000만원)에 달하는 보조금에 차등을 둔다. 때문에 프랑스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중국 등 아시아에서 생산된 자동차는 보조금을 받을 가능성이 작다.
특히 탄소 배출량 집계에는 해상 운송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도 포함된다. 아시아에서 제조된 전기차는 유럽까지의 운송 과정에서 화석연료 의존도가 커 탄소 배출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사실상 유럽 현지에서 생산된 전기차 및 부품에 혜택이 돌아가도록 보조금 적용안을 설계한 것이다.
브뤼노 르 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우리는 앞으로 이산화탄소를 너무 많이 배출하는 차량에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며 “자동차 제조업체는 보조금을 받으려면 생산 공정을 탈탄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15일부터 프랑스는 차량 가격이 4만7000유로 미만의 자동차에 대해 가계 소득을 기준으로 보조금을 5000~7000유로를 제공한다.
이날 공개된 보조금 적용 차량 리스트에는 총 22개 브랜드 78종이 올랐다. 이는 프랑스에서 판매되는 전기차의 65% 수준이다. 현대자동차의 코나는 보조금 적용을 받지만, 기아 니로와 쏘울 등 그간 보조금 적용 대상이었던 한국 기업의 차량은 배제됐다.
테슬라의 독일산 모델 Y를 비롯해 BMW AG, 메르세데스 벤츠 그룹 AG의 프리미엄 차량들은 목록에 올랐다. 그러나 르노SA의 다키아 스프링 및 SAIC 모터의 MG4와 같은 저렴한 중국산 자동차는 적용 대상에 오르지 못했다. BMW의 iX3 SUV도 목록에 없다. 중국과 미국에서 생산되는 테슬라 모델3도 보조금을 못 받는다.
일부 전기차는 정부가 지원하는 임대 제도 대상에 올라, 저소득층 가구가 월 최대 150유로(약 21만원)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또한 프랑스의 소득 최하위 가구는 계약금 없이 월 100유로 수준에 전기차를 임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영상에서 “우리는 프랑스에서 점점 더 많은 차량을 생산할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 생산한 전기차를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토 다이내믹스에 따르면 유럽 전기차의 평균 소매 가격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6만5000유로가 넘었다. 반면, 중국산 전기차 평균 가격은 3만1000유로 수준이었다.
이로 인해 프랑스 정부가 제공하는 전기차 보조금의 상당 부분이 중국산 전기차에 돌아갔다. 4만7000유로 미만의 자동차에 한해 보조금을 제공하는데, 유럽산 전기차 다수는 이 가격 기준을 넘기 때문이다. 그간 보조금의 3분의 1은 중국산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 돌아갔다고 프랑스 재무부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프랑스 정부 관계자는 새 규정이 환경을 보호하기 때문에 보호주의와 관련한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을 준수한다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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