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당내에서는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 쪽에 무게가 실리는 기류다. 함께 후보에 올랐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인천 계양을 출마로 굳힌 것으로 보인다.
17일 국민의힘 관계자는 "현재 당내 분위기상 비대위원장으로 한 장관이 유력하다"며 "원 장관은 인천 계양을 출마로 마음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원 장관 측근들을 중심으로 계양구 선거팀을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장관 외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신뢰가 깊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도 비대위원장 후보군이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과거 진보 진영에서 활동한 경력도 있고 당내 반대 여론도 있어 선출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은 18일 전국당협위원장 연석회의를 개최한다. 여기서도 '한동훈 비대위원장' 카드가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한 장관을 포함한 2기 개각이 발표되고 비대위 추대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전국 여약사대표자 대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일(18일) 원내·외 당협위원장을 비롯한 당내 중요한 분들 모시고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며 "그런 과정을 통해 총의를 모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기현 전 대표가 전격 사퇴한 상황에서 비대위원장은 사실상 당대표 역할을 맡는다. 친윤(친윤석열)계 의원을 비롯한 주류 인사들은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세우는 데 적극 찬성하는 분위기다. 당원이나 지지층에서 폭넓은 인기를 누리고 있고 야당을 상대로 '전투력'이 입증된 한 장관이 당 쇄신에 앞장서고 분위기 전환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장관은 선거를 총괄 지휘하는 선거대책위원장 후보로도 거론된다. 선거뿐만 아니라 당무 전반을 관장하는 비대위원장을 맡기에는 정치 경험이 없어 오히려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본인 페이스북에 "아직 정치력이 검증되지도 않았는데 온갖 풍상을 다 맞아야 하는 비대위원장 자리는 한동훈을 조기에 소진하고 총선에도 도움이 안 될 수 있다"며 "복잡한 정치 국면엔 정치력이 확인된 사람이 비대위원장을 하고 한동훈에겐 선대위원장을 맡기는 것이 본인과 당 모두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장성철 정치평론가는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이 된다면 윤 대통령 뜻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현재 국민의힘 구조상 대통령 뜻에 거스를 만한 세력은 없어 보인다. 대통령 의중이 한 장관에게 있다면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대통령이 국민의힘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내 사람 위주로 공천하겠다는 강한 의지 표현"이라며 "(국민의힘은)공천이 끝날 때쯤 친윤과 비윤으로 분리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비대위원장은 정치를 좀 해 본 사람이 해야 한다"며 "한 장관은 정치 감각은 있는데 정치력을 보여줄 만한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우려했다. 신 교수는 "비대위원장보다는 선대위원장을 시켜야 한다. 비대위원장으로는 원 장관이나 나경원 전 의원 카드가 활용도가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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