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피봇(정책 전환) 파티’에 연일 경고장을 날리고 있다. 이르면 1월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시장의 기대감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비둘기파로 통하는 연준 고위 인사들마저 ‘아직은 승리를 선언할 때가 아니다’라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17일(현지시간) 미 CBS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2023년에 많은 진전을 이뤘지만, 여전히 사람들에게 경고한다”며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나오는 경제 지표 결과에 따라서 연준의 통화정책이 달라질 수 있다며, 시장에 부화뇌동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을 목표치까지 낮춰야 한다”며 시장이 아직 달걀이 부화하기도 전에 닭의 수를 세고 있다고 지적했다.
굴스비 총재는 연준 고위 당국자들 가운데 미국 경제를 가장 낙관하는 인물로 꼽힌다. 그는 지난달 초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연착륙으로 향하는 ‘황금경로’(golden path)에 있다고 자신한 바 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 성공할 뿐만 아니라 고용 시장 역시 탄탄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주장이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연준 피봇 랠리가 이어지자, 과도한 금리 인하 기대에 선을 그은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내년에 3차례 금리 인하를 시사한 후 미국증시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축제 분위기다.
금리 인하가 더 빨라질 것이란 기대도 치솟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내년 1월 금리를 0.25%포인트 낮출 가능성은 11.4%에 달한다. 한 달 전 이 가능성은 0%에 그쳤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 역시 매파 발언으로 시장 진화에 나섰다. 그는 지난 15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금 금리 인하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면서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시기상조’라고 평했다. 같은 날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내년 3분기부터나 연준이 금리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쉴라 베어 전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총재도 파월 연준 의장의 무책임한 비둘기파적 언급이 ‘비이성적 과열’을 일으켰다면서 “이 싸움은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유가 변동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겨우 잠잠해진 유가가 다시 튀어 오른다면 연준의 인플레이션 억제 전투가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 러시아 원유 수출량 감소와 홍해 긴장 고조 우려로 유가는 18일 아시아 시장에서 장중 약 1% 오르기도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