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사상 최대 규모 횡령 사건…86명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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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베트남)=전형준 기자
입력 2023-12-1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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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엉 미 란 반 틴 팟 회장 사진베트남통신사
쯔엉 미 란 반 틴 팟 회장 [사진=베트남통신사]


베트남 한 기업 회장이 은행 대주주라는 신분을 이용해 수십조원대의 금융 사기를 벌여 회장을 포함해 총 86명이 기소됐다. 

18일 베트남넷(Vietnamnet) 등 베트남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베트남 최고인민검찰원은 이날 반 틴 팟(Van Thinh Phat) 그룹, SCB 은행 및 관련 조직에서 발생한 사건과 관련하여 최근 쯔엉 미 란(Truong My Lan)을 포함, 총 86명의 피고인을 기소했다.

보도에 따르면 쯔엉 미 란은 2012년부터 2022년 10월까지 SCB 은행 주식 91.5%를 인수하며 주요 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쯔엉 미 란은 여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SCB의 모든 활동을 지시 및 관리하고, 조직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쯔엉 미 란은 금융 및 은행 분야에서 신뢰할 수 있고 자격을 갖춘 측근들을 배치했으며 고액의 급여를 지불했다. 


이후 쯔엉 미 란은 SCB로부터 대출을 받기 위해 허위 자료를 만들었고, 다른 기관들의 자금까지 동원해 사적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소된 내용에 따르면, SCB 은행에서 돈을 인출해야 할 때마다 쯔엉 미 란은 고위 간부들이나 측근들을 결탁시켜 가짜 대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각종 계획과 문서를 만들어냈다. 또한 가짜 대출 문서를 만들어 측근들을 시켜 서명하게 하거나 빈 종이를 주어 정해진 위치에 서명만 하도록 만들었다. 

대출에 서명한 개인이나 대리인 등은 해당 대출 자금을 사용할 수 없었으며, 심지어는 SCB를 통해 자신이 엄청난 금액의 대출을 받았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쯔엉 미 란과 반 틴 팟 그룹의 대출 자금 대부분은 먼저 지급되고 이후 각종 절차가 진행됐다. 문서에는 신용 대출 및 담보 대출 계약 시점과 동시에 대출금 지급 시간이 표시된다. 그러나 실제로 SCB 은행에서의 출금은 대출 계약 절차가 완료되기 전에 이뤄졌다.

쯔엉 미 란의 책임하에 있는 1284개의 미상환 대출 중 담보 없이 지급된 328조동(약 17조원) 이상의 대출이 684개가 있다. 나머지 담보 대출은 모두 주식이나 재산권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SCB 은행에는 관할 당국의 승인을 받지 않은 대출이 11조6860억동(약 6200억원) 이상의 201건 존재한다.

또한 혐의에는 쯔엉 미 란이 허위 대출 서류 준비 등을 위해 SCB 은행 관계자들이 감정평가기관과도 담합하도록 지시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특히 SCB 은행 간부들은 부하직원들을 시켜 직접 또는 중개인을 통해 감정평가기관과 접촉해 공모하여 자산가격을 수차례 인상시키고, 필요에 따라 증서 발행일을 원하는 대로 기록하도록 지시하여 대출 절차를 합법화시켰다. 

조사 결과 SCB는 쯔엉 미 란과 관련된 대출을 처리하기 위해 감정평가기관 사장, 부사장, 감정사, 직원 등 46명을 포함해 19개 평가기관을 동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SCB 은행에서 문서를 처리하고 돈을 인출하기 위해 쯔엉 미 란과 측근들은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많은 자산을 사용했으며 대출 담보로 사용하기 위해 가격을 거짓으로 높였다.

심지어 쯔엉 미 란은 가치 있고 합법적인 자산을 매각하거나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인출할 경우 측근들을 시켜 SCB에서 해당 자산을 가치가 낮은 다른 자산으로 대체시키기까지 했다.

담보 자산을 쉽게 바꾸어 내기 위해 쯔엉 미 란과 SCB 측근들은 별도의 담보 거래 내용을 등록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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