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건설사 차입금이 22조원에 육박해 사상 최대 규모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 경기가 위축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협을 버틸 만한 체력을 마련하기 위해 급속도로 자금을 조달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고금리 영향으로 이자 부담만 올해 1조원에 달한다는 점이다. 내년에도 건설 경기가 나아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고금리가 장기간 지속되면 건설사 수익 구조가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10대 건설사(이하 호반건설 제외)의 지난 9월 말 기준 차입금 총계는 21조5414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 말 12조9594억원 대비 1년 9개월 만에 8조5820억원(66.22%) 늘어난 수준이다. 또 지난해 말 19조8280억원에 비해서도 1조7134억원 늘어난 규모다.
세부적으로 이 기간 현대엔지니어링과 DL이앤씨를 제외한 7개사 차입금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롯데건설과 포스코이앤씨, 삼성물산은 차입금 규모를 두 배 이상 늘린 것으로 집계됐다.
건설사들은 코로나19 대응 방안으로 기준금리가 1% 수준이던 지난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차입금을 늘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초만 해도 금리가 낮아 대규모로 자금을 조달해도 금융비용(이자)이 크지 않았기에 신규 사업 투자를 위해 차입금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올해 1월 기준금리가 3.5%까지 상향 조정된 이후에도 차입금이 크게 증가한 것은 건설 경기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불거지기 시작한 부동산 PF 위협에 버티기 위한 대비 차원으로 관측된다.
차입금 규모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이자 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올해 1~9월 10대 건설사 이자비용 합계는 873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이자비용 합계인 6256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사상 최고 규모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10대 건설사의 연간 이자비용만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3분기까지 110대 건설사 당기순이익 합계가 1조9804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절반 가까이가 이자로 지출돼 수익성을 갉아먹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더 큰 문제는 내년에도 건설 경기 위축이 지속돼 차입금을 줄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국내 건설 수주가 올해 대비 1.5% 줄어든 187조3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다. 올해 건설 수주가 전년 대비 17.3% 줄어들었는데 내년에도 감소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상당수 건설사 관계자들은 내년 업황 악화로 인해 차입금이 줄어들기보다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년에도 이자비용 때문에 국내 대형 건설사 수익이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결국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차입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최대한 안정적으로 재무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