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전 고려대학교 총장이 "인적 자원이 중요한 한국 사회가 합계출산율 0.78의 인구절벽 상황에 놓였다"며 "이러한 상황일수록 후학을 양성할 고학력 인재의 유출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어 전 총장은 19일 서울 서초구 더 리버사이드 호텔에서 아주경제신문 주최로 열린 '2024 미래 전망 4대 대학 총장 포럼'의 좌담회에 참가해 이같이 말했다. 어 전 총장은 이러한 인재 유출의 원인으로 대학 교육자들이 받는 낮은 처우를 꼽았다.
그는 "미국에서 박사하고 한국에서 교수가 되면 받는 급여의 수준이 시중 은행의 대리와 다를 바 없다"며 "동일한 사람이 미국 대학을 가면 그보다 6~7배 높은 월급을 받는데, 누가 한국에서 교수를 하겠냐"고 비판했다.
이어 "과거에는 연고 때문에 한국으로 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연고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과거와 달리 자녀의 조기 영어 교육을 위해 미국을 한국보다 선호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고급 인재들이 미국을 더 선호하는 상황 속에서 한국이 미국보다 더 좋은 대우를 보장하기는커녕 오히려 열악한 처우를 제공하기 때문에 고급 인력의 유출이 더 가속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어 전 총장은 미래 한국 사회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선진국에 돌입한 지금의 한국과 과거 개발도상국 시절의 한국은 전혀 다른 국가"라며 "과거 한국의 장점이라고 생각한 시스템이 이제는 규제 요소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전혀 다르다보니 지금까지의 발전 방식을 고수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아울러 "과거엔 선진국들의 기술과 돈을 빌려와 제품을 만들어 수출했다"면서 "이제는 각 분야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만큼 우리가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 수 없으니 수십 개의 길을 시행착오하면서 찾아야 하는 수밖에 없다"며 "이를 위해선 지속적인 인적 자원 투자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 전 총장은 인적 자원 투자에서 정치권과 언론의 역할도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어 전 총장은 "전 세계에서 펀딩을 가장 많이 받는 학교가 이화여자대학교인데, 언론에서는 이걸 보고 펀딩이 7000억원 있으면서 왜 등록금을 올리냐고 비판한다"면서 "이는 미국의 하버드대와 예일대가 어떻게 학교를 운영하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직격했다.
이어 "미국 대학은 교수의 급여와 학생의 등록금이 전부 펀딩에서 나온다"며 "미국 대학은 펀딩 금액도 많은데, 한국보다 등록금도 5배나 되는데 어떻게 한국 대학이 세계적인 대학으로 성장하고 뛰어난 인재를 양성할 수 있겠냐"라고 토로했다.
한편 어 전 총장은 좌담회를 마치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선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는 이재호 아주경제 논설고문의 질문에 "지금 현재 정치 시스템에선 정치인들보다는 국민들이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이어 "한국의 장기적 발전 측면에서 일시적인 감정, 지역 감정에 따라 선택하기보다는 하나된 대한민국에서 어떤 사람이 정치를 해야 하는지를 뽑는 선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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