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제성장률이 1%대에 그친 가운데 올해 성장률 전망도 암울하다. 주요 기관들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2% 초반대로 내다보는 상황인데 최악의 경우 지난해처럼 1%대 성장에 머물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1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3년 하반기 경제 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1%포인트 내린 2.2%로 예측했다.
국제 기구의 예상도 비슷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3%, 국제통화기금(IMF)·아시아개발은행(ADB) 2.2% 성장을 전망한다. OECD는 올해 세계 경제가 2.7% 성장하고 주요 20개국(G20) 기준으로도 2.8%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 경제가 처한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내외 위험 여전…'가계부채' 韓경제 최대 뇌관
당면한 현안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가계부채 문제를 최대 위험 요인으로 꼽는다. 금리가 아직도 높은 수준인데다 시장의 예상보다 금리 하락이 느리게 진행될 가능성이 큰 탓이다. 한반도 밖 상황 역시 긍정적이지 않다.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중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은 수출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변수다. 지정학적 위험도 여전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3년차로 접어들었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충돌 역시 시한폭탄과 다를 바 없다. 어느 쪽이든 확전된다면 유가와 원자재 가격 폭등을 유발할 수 있다.
저출산 고령화 기조 지속은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을 갉아먹는 중이다. 2% 내외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출생률 제고와 함께 경제 구조 개혁, 생산성 향상 등이 동반돼야 한다.
"이미 저성장 고착화"vs"변화하는 여건 적응기"
장기 저성장 구조의 고착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큰 가운데 당장 올해도 1%대 성장률에 그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박성근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국내 주요 기관은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을 2%로, OECD는 2% 밑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1~2%대 성장은 잠재성장률에 부합하는 수준인 만큼 저성장을 추세로 보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현재의 저성장이 대외 여건 변화에 따른 적응기라는 반론도 있다. 안성배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글로벌 경제가 작동하는 방식에 변화가 온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장기적인 측면에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한편 개혁을 통해 성장동력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장 일변도의 경제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성장이 고착화된 상황에서 2%대 성장률 목표는 현실적"이라며 "기후 위기에 따른 에너지 전환과 지속 가능한 저성장을 목표로 하는 것이 오히려 옳은 방향일 것"이라고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